[전여옥의 야구세상] '책상앞 심성보사진' 해프닝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요즘 우리 직원들이 나를 수상한 눈으로 보는 것을 느꼈다.
15명 밖에 안되는 조그만 회사여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전화내용까지도 서로 듣고 알고 산다.
작은 조직의 어쩔 수 없는 비극이다.
그래서 누가 연애를 하고 있는지 실연을 당했는지 눈치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작은 회사다.
그런데 직원들이 내 책상을 오가며 나에게 묘한 눈길을 주는 것이 아닌가.
평소 나는 `무엇이든 공개한다'는 철저한 개방파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 직원이 내게 묻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사진은 어떤 사진입니까?"
"사진이라니? 웬 사진?"
그가 가리키는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쌍방울 야구선수 심성보의 사진이었다.
그를 지도하는 김성근 감독이 `연구 대상감'이라고 지적했듯 나 역시 야구가 재미있어 야구를 한다는 심성보를 연구 대상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잡지에 난 심성보의 컬러 사진을 내 책상에 오려둔 것은 그러한 순수한 학습의도 뿐아니라 심성보의 팔이 멋있는 이유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성의 몸가운데 팔근육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다.
굳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성적 매력이 넘치는 부분이 바로 팔근육이라고 생각한다.
우익수 심성보의 팔근육은 강인하고 탄탄해서 나는 그저 `아름답다'라고 순수하게（?） 감탄해 그 사진을 내 책상에 붙여 놓았을 뿐이다.
`왜 이 사진을 붙여 놓으셨습니까?'
이상하게 기선을 잡은 듯한 남자직원의 당당한 질문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응, 내가 스포츠조선에 칼럼 쓰잖아. 그래서 자료 차원에서."
"아 그러셨군요. 우리는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혹시나（?）, 설마（?）, 그럴 수도（?）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요. 왜 이 남자의 사진을 핀까지 꽉 박아서 붙여놨을까 하고요. 더구나 윤형의 독사진 옆에 나란히 말입니다."
그의 마지막 멘트는 완전히 나를 100％ 경악시켰다.
`윤형'은 이제 막 8개월된 내 아들이다.
내 아들사진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심성보 사진을 보고는 우리 직원들은 기발하고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우리 직원들의 수상한 눈길과 빙글빙글 웃는 그 묘한 웃음의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맙소사！'라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즐겁고 기분좋았다.
심성보의 사진을 핀업해 놓은 나는 `가능성 있는 여자', `일 낼 수 있는 여자'로 직원들에게 비쳤구나라는 생각때문에.
그리고 나는 또 한가지를 결심했다.
혹시 또 그런 황당한 오해의 눈길이 있다면 나는 일부러 침묵을 지키겠다고, 아니 아주 당황한 듯한 수상쩍은 태도를 보여 그들의 상상력을 더더욱 부추겨 보겠노라고 말이다.
묘한 웃음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