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용들의 전쟁 (1)
기사입력 1997년 05월 28일 13시 49분
쇠는 두들겨야 강해지는 법이다.
킹콩은 덩치와 투지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분명히 사파리의 왕이 될 수 있는 재목이었다.
한가지 약점은 지방에서 올라와 중앙무대 경험이 없다는 것 뿐이었다.
챔피언이 되려면 강한 자와 많이 싸워봐야 한다.
전주에서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왕노릇을 하던 킹콩으로서는 세상에 자신보다 센 곰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빅3' 가운데 하나인 공원에게 폭행을 당한 것은 오히려 `보약'이 됐다.
게다가 1대1 승부에서 진 게 아니고 체력이 탈진한 상태에서 1대2로 싸우다가 맞은 것은 세상을 알고 투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탬이 됐다.
킹콩은 다음날 아침 거뜬히 일어났다.
웬만한 곰 같으면 며칠을 앓아누울 정도의 큰 부상이었지만 킹콩은 덩치만큼이나 맷집도 좋았다.
아파트 문이 열리자 킹콩은 이를 부드득 갈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킹콩은 당연히 복수를 계획했다.
복수라기보다는 왕이 되기 위한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절차였다.
킹콩은 계획을 세웠다.
아무래도 두놈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통로를 지나 사파리로 들어가니 일찍 출근한 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놀고 있었다.
킹콩은 먼저 공원을 찾았다.
시커먼스를 먼저 칠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강한 공원과 먼저 붙는 게 낫다고 결정한 것이다.
공원은 아침부터 사파리 끝에 있는 연못에서 물장구를 치며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원래 연못은 왕만이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맘모스가 곰보살과의 대결에 신경을 온통 쏟고 있어 다른 곰에게는 비교적 관대하게 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원의 위치를 확인한 킹콩은 시커먼스를 찾았다.
만의 하나 어제처럼 뒤에서 습격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시커먼스는 연못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람객버스가 던져주는 건빵을 얻어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습격만 남은 셈이었다.
킹콩은 조용조용 걸었다.
공원은 아무 생각없이 텀벙텀벙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