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세이브의 역사'와 요건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주니치 선동열의 `세이브 사냥'이 한창이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국보급 투수'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우울한 소식만 보내왔던 선동열이 올시즌에는 막강한 위력으로 일본 열도를 강타하며 세이브왕을 향해 치닫고 있다.
40경기에서 주니치가 올린 21승중 선동열이 지켜낸 승리가 벌써 14경기다.
따라서 선동열은 주니치의 승리를 지켜줄뿐만 아니라 우리 백성들의 자존심까지 세워주는 `지킴이'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선지 요즘 `세이브의 요건이 무엇이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스포츠조선 야구부에 쇄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이브의 요건을 확실하게 모르는 것은 그동안 마무리투수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세이브'가 공식기록화 된 것은 프로야구 태동 98년만인 1969년이었다.
세이브가 공식기록에 포함된 동기는 재미있다.
시카고 선 타임스의 재롬 홀츠만 기자는 그의 고정 칼럼을 통해 세이브가 공식기록에 포함돼야 한다고 몇년동안 계속 주장했다.
그는 "동점 내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게임 종료까지 리드를 지킨 투수라면 승리투수의 공헌도에 버금간다. 이런 투수들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득력있게 설명해 결국 메이저리그 공식기록에 세이브를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세이브에 관한 논의는 수없이 많았다.
1924년 미국야구 기록동호회 회원인 팩 멕도나우씨가 `구원투수가 끝낸 경기'라는 긴 이름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고, 1927년에는 뉴욕 텔레그램이라는 신문에서 이 기록을 싣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이브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세이브는 공식기록화 되지 못했다.
그들은 "세이브를 달성한 `소방수'에 대한 것은 기록화하면서 오히려 불을 질러 게임에 패한 `방화범'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은 또하나의 불합리"라며 메이저리그 공식기록화를 거부했었다.
진통을 겪어 만들어진 세이브 기록을 일본은 지난 74년부터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원년인 82년부터 시작했다.
골수팬이 아니고는 아직까지도 생소한 세이브 요건은 다소 복잡하다.
야구규칙 10.20에 따르면 "이긴 경기의 마지막 투수이면서 승리투수가 아닌 자로 1경기에 1명에게만 세이브가 주어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이브를 올리려면 여러가지 필요한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선 ▲3이닝 이상 던지면 무조건 세이브가 주어진다. 다시 말해 9아웃을 잡으면 세이브를 준다（그러나 최근에는 특정투수에게 세이브를 주기 위해 투수를 변칙적으로 기용하는 사례가 있어 점수차가 엄청나게 날때는 공식기록원이 판정하는 경우도 있다）.
▲3점 이하 리드를 하고 있을 때는 등판해 1이닝（3아웃） 이상 투구를 했을 경우에 주어진다. 4점을 이기고 있을때는 1주자, 5점 리드 시는 2주자, 6점 리드 시는 만루에 등판해 승리를 지키면 세이브를 주게된다. 다시말해 1점에 1아웃인 셈이다.
▲누상의 주자 또는 첫상대 타자나 그 다음 타자중 누구라도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출전한 경우도 세이브 대상자가 된다. 다시말해 투아웃에 주자 1명을 두고 나와 불을 꺼도 세이브가 된다.
또 세이브 포인트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세이브에다 구원승을 합한 숫자다.
구원승 역시 구원성공으로 보기 때문에 세이브에 포함시킨 것이다.
요즘 구원투수는 LG 이상훈을 비롯해 해태 임창용, 현대 정명원, 한화 구대성 등 각팀에서 가장 잘던지는 투수를 포진시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국내 프로야구도 본격적인 `구원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