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유럽축구계] 심판매수 승부조작 시끌시끌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세계축구무대를 양분하고 있는 남미와 유럽의 축구계가 심판매수와 승부조작 사건으로 무척이나 시끄럽다.
승부조작을 흥정하는 통화내용이나 당사자들이 이를 부인하는 모습까지도 TV에 공개돼 일반팬들의 화젯거리가 되기 일쑤다.
브라질에선 축구협회의 현직 간부가 심판매수에 깊숙히 간여했다가 들통이 났다.
명문 코린치안스와 아틀레티코 파라낸시 클럽의 구단주이자 남미축구연맹(CSF)의 브라질 대표인 이반 멘데스 심판위원장이 그 장본인.
축구계에서의 지명도를 이용해 국회에 진출하려던 그는 최근 방송과 신문에 자신의 추악한 `거래현장'이 공개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 7일(현지시간) 저녁의 황금시간대에 국영 오 글로보 TV에 방영된 이 통화에서 그는 승부조작 경기와 돈의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일 (돈을)넣겠다"는 상대방에 대해 "오늘 넣을 수 없느냐"고 부탁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지난 10년간 브라질 축구협회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해온 멘데스는 심판매수의 대가로 받은 돈을 선거운동에 전용해온 의혹을 받고 있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까지 구성된 상태다.
그런가 하면 유럽축구연맹(UEFA)은 최근 전(前)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인 스위스 출신의 시위쿠르트 뢰즐리버거씨를 축구계에서 영구 추방했다.
뢰즐리버거씨는 작년 10월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벌어진 그라스호퍼(스위스)와 오세르(프랑스)의 유럽 챔피언스컵 경기의 승부를 조작하려 한 혐의.
UEFA의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뢰즐리버거씨는 경기 12일전 그라스호퍼의 에리히 포겔 단장을 찾아가 "주심과 잘 아는 사이인데 10만 스위스프랑(약 6천300만원)을 주면 유리하게 판정을 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뢰즐리버거의 심판매수 행위는 공교롭게도 그라스호퍼의 포겔 단장과 로마노 구단주가 UEFA에 제보함으로써 알려졌는데 그는 이번 일로 인해 과거 자신이 주심을 맡았던 모든 국제경기의 승부가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그중에서도 UEFA가 주목하고 있는 사건은 ▲93년 유럽 챔피언스컵 예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_갈라타사레이(터키)의 경기에서 에릭 칸토나(맨체스터)를 퇴장시킨 일 ▲같은 대회 결승전 마르세유(프랑스)-AC 밀란(이탈리아)전 승부조작(1대0) 혐의 ▲94미국월드컵 독일-벨기에의 16강전(3대2)서 벨기에의 분명한 페널티킥을 묵살한 일 등이다.
특히 마르세유-AC 밀란의 경기 후에는 밀란의 장 피에르 파팽(프랑스)이 "최소한 3명 이상의 밀란선수가 승부조작에 동원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마르세유 관계자들을 상대로 재판이 진행중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같은 `추악한 거래'의 실상은 더욱 적나라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심판판정이 엄격하기로 이름난 유럽과 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축구스캔들은 툭하면 심판판정 시비가 벌어지는 국내축구에게도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