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텍] 넥타이 부대도 '기웃'
기사입력 1997년 05월 20일 14시 54분
"커트라인을 넘어라."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이른바 `쉰세대' 직장인들이 물좋기로 소문난 유명디스코텍을 출입하기 위해 백태（百態）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쉰세대 직장인들이 유명디스코텍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불황으로 디스코텍의 출입 커트라인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
엄격한 고객관리로 소문난 J디스코테크와 L디스코테크 등 서울 강남의 유명나이트클럽들이 불황에 허덕이다 못해 `한푼이라도 더 벌자'며 과거에는 출입금지시켰던 넥타이부대에까지 점차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것.
술자리라고 해야 기껏 단란주점이나 카바레풍의 3류 나이트클럽에 만족해야 했던 쉰세대 직장인들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입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칙칙한 옷차림을 했거나, 입장시켰다가는 그나마 단골마저 떨어질 우려가 있을 때는 아무리 불경기라도 입구에서 입장을 사절한다.
이에따라 디스코텍의 관문을 뚫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유형이 `눈가리고 아웅파'.
직장에서 비교적 잘 논다고 소문났거나, 외모라도 신세대분위기가 나는 동료를 `대표선수'로 앞세워 디스코텍 웨이터들의 `면접'을 통과하는 것이다.
`대표선수'를 내세웠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도 그날만큼은 캐릭터디자이너풍의 세련된 양복 등으로 의상에 신경을 쓰거나, 아니면 단체로 넥타이라도 푸는 등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보여야 한다.
`배짱파'도 판을 친다.
아는 웨이터가 있어야 출입이 수월한 유명디스코텍의 속성을 이용, 입구에서부터 마치 호형호제하는 단골웨이터라도 있는 듯 행세하는 것.
이럴때는 `돼지엄마', `조용필', `유덕화' `차인표' 등 어느 업소에나 흔히 있을 법한 웨이터 별명을 불러 입구에서부터 기를 꺾고 들어간다.
입장했다고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안면몰수한다 하더라도 허우적대는 구닥다리 막춤으로는 다음번 디스코텍입장에 치명적이다.
평소 TV 쇼프로그램이라도 열심히 시청해 요즘 유행하는 춤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눈동냥으로 알아두는 `노력파'라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기태씨（34）는 "요즘아니면 언제 물좋기로 소문난 유명디스코텍 구경을 하겠냐"며 "입구를 통과하기가 만만치는 않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동안의 수고가 한꺼번에 보상되는듯한 희열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서울 강남의 L디스코텍 관계자는 "젊은 단골들의 항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경기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30대까지도 봐가며 입장을 시키고 있다"며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