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노모] 불운일까 차별일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9일 14시 58분
`3.1득점과 5.1득점.'
박찬호（24·ＬＡ 다저스）와 노모 히데오（29）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다저스의 득점력은 게임당 평균 2점씩 차이가 난다.
박찬호는 올시즌 6번 선발로 나서 방어율 2.63에 피안타율 1할9푼6리의 뛰어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2승2패에 불과하다.
반면 노모는 방어율 2.88에 피안타율이 2할6리로 박찬호에 뒤지지만 성적은 5승2패로 훨씬 앞선다.
박찬호가 나선 경기에서 다저스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것이 6점인데 반해, 노모가 던진 경기는 14, 8, 7점 등 득점력이 상당하다.
물론 노모도 2실점하고 패한 경기가 두번 있지만 4실점, 3실점 경기는 모두 승리했다.
박찬호는 4실점, 3실점 경기에서 패했고 1실점, 무실점 경기에서는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박찬호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다저스의 득점은 1.8점이 약간 넘는 형편없는 빈공을 펼치고 있다.
다저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보면 박찬호와 노모를 대하는 동료 선수들의 자세에 많은 차이가 난다.
미국 선수들은 노모를 확실히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고, 일부 남미계 선수들은 굽신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우호적이다.
반면 박찬호를 대하는 미국 선수들은 여전히 장래성이 뛰어난 신인 정도이고, 남미계 선수들가운데는 노골적으로 시샘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노모는 첫 시즌 신인왕에 올랐고 작년 시즌에도 16승을 올리는 등 뛰어난 투수로서 완전히 실력을 발휘한 것이 박찬호와 큰 차이가 난다.
실력있는 자를 인정하는 미국적 풍토, 노모와 절친한 멕시코 출신 투수 이스마엘 발데스가 일본의 광고에 출연해 짭짭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도 노모에게 우호적으로 대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박찬호는 지난 시즌 시카고에서 발생한 양복절단 사건으로 동료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놓친데다, 남미계 선수들은 미국 진출 초반부터 영웅시되고 라소다 전 감독에 총애를 받아온 박찬호에 대해 반감이 있다.
자신들은 겨우 몇천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몇년씩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했는데,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항상 인기의 초점이 된다는 점에서 박찬호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문제는 동료들의 이같은 자세가 경기에서도 반영된다는 점.
박찬호가 마운드에 서는 날이면 타자들의 열의 부족이나 수비때 기록되지 않는 실책 등이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결국 박찬호는 자신의 실력으로 승수를 쌓아가면서 동료들의 신뢰와 존경을 찾아야 하는 또다른 힘든 투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