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LG 스카우트팀의 흥겨운 풍년가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42분
맹자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을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중 하나라고 했다.
그 절반의 즐거움을 맛본다고 할까.
꼬박 한해 동안 구두 밑창이 닳도록 돌아다녀 긁어모은 `천하의 영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LG 스카우트팀의 `캡틴' 최주억부장.
"올 신인농사는 LG가 으뜸 풍년"이라는 말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한 사람이다.
몸고생이야 8개구단 스카우트들의 `필수과목'이지만 지난해는 맘고생까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계약금 1억원 이상의 신인만 6명을 냈지만 1군에서 제대로 뛴 선수는 하나도 없었고 그 때문인지 팀은 7위로 추락했다.
누구보다 스카우트팀이 괴로웠던 한해, 고졸신인 김민기와 손지환을 데려오면서 대학측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여 `겨울나기'마저 혹독했었다.
그러나 요즘, 최부장은 고개를 들었다.
법정 줄다리기 끝에 입단시킨 임선동은 선발 에이스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2차 2순위로 건진 전승남은 줄줄이 그를 놓친 7개구단이 땅을 치게만드는 최고 보배.
예상을 깨고 1차서 지명한 타자 이병규는 LG 10연승 폭풍의 중심축을 책임졌고 2군에서 기르고 있는 김민기는 대형투수감이라는 칭찬이 쏟아진다.
최부장을 특히 뿌듯하게 만든 선수는 작년 계약금 2억3천만원을 받았던 손 혁.
`개점휴업'으로 프로 첫 해를 보냈으나 올해 신세대 선발진으로 자리잡아 스카우트의 성패에 대한 판단은 한해에 내릴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최부장은 "사과맛을 알려면 사과껍질까지 씹어봐야한다"고 말한다.
속속들이 살펴보고 옥석을 가른다는 일 욕심, 그래서 최부장은 야구보기가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