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작지만 정감넘치는 '동아시안 축제'
기사입력 1997년 05월 11일 15시 24분
`작지만 아름다운 잔치.'
`극동인의 축제' 제2회 부산 동아시아대회는 그동안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과 같은 요란함 대신 동양적인 섬세함과 자상함이 돋보여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특색은 10일 펼쳐진 개막식에서도 잘 드러났다.
각국 선수단 입장때 몽골은 적색과 흑색이 어우러진 전통의상을 입고 나왔으며 카자흐스탄 기수도 화려한 색깔의 전통의상 차림으로 선수단을 선도했다.
일본의 하카다와 기모노 차림, 괌의 국부만 가린 누드 패션, 한국의 전통혼례복장 차림도 이색적이었다.
올림픽의 각국 선수단 입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지만 이번대회 선수단 입장은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되살려 `한가족 동아시안'의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국제스포츠 경기대회서 메달을 한개도 따내지 못하고 무관심속에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스포츠 약소국'들의 비애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만큼은 최소한 `들러리'를 서는 국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경기 자체보다 동아시아인의 우의와 단결에 비중을 둔 주최측의 자상한 배려를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사마란치 IOC위원장도 "어느 대회서도 볼 수 없었던 포근한 정감과 일체감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부산 동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개최한 국제대회로는 처음으로 `돈안쓰는 절감대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대회 총비용 336억원중 국비보조는 29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17억원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자체수입으로 충당한다는 계획.
보기드문 `내핍대회'로 국제대회 운영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에따른 불편으로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국력을 탕진해가며 `과대포장' 전시효과만을 노리는 대회는 지양돼야 한다.
`작은 것'도 때로는 아름다운 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