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프로축구연맹의 '폭력추방'의지
기사입력 1997년 05월 10일 15시 32분
프로축구연맹이 오랜만에 한가지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
연맹은 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현대 김종건에게 2경기 출전정지와 80만원의 벌금 조치를 내렸다.
경기중 반칙을 한 선수를 그라운드 밖에서 추가로 징계한 것은 지난 93년말 프로연맹이 독립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또 연맹은 유공이 김종건을 상대로 한 제소를 기각했다가 재심 끝에 해당 선수를 제재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라운드 폭력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연맹은 징계 근거로 `위험한 행위를 했을 경우 2경기 이상 출전정지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징계기준 2－A항을 들었다.
결국 당초 유공이 문제삼았던 `고의적인 파울'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즉 고의성이 아닌 위험성만이 문제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맹은 이미 현대 김종건이 지난달 16일 목동에서 열린 97아디다스컵 유공과의 경기에서 두차례 고의성 짙은 파울로 거푸 경고를 받은뒤 퇴장당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1심을 기각한채 재심에서야 이같이 결정한 부문에 대해선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이상 일이 불거지기 전에 조기에 진화하려는 인상이 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연맹이 유공의 제소를 기각했던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공이 김종건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며 근거 삼았던 징계규정 3－H항은 전치 3개월 이상의 부상을 한 선수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전치 6주의 김기동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대로라면 최소한 팔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는한 선수들은 사실상 모든 반칙에서 `면죄부'를 받게되는 오류가 있음을 연맹은 벌써 알아차렸어야 했다.
따라서 연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라운드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비상구'가 될 수 있는 `전치 3개월'이란 상벌 규정도 재고해야 한다.
이왕 선수들을 부상에서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냉철한 상황판단으로 최소한의 고의성만 인정된다면 해당 구단이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알아서 조치하는 적극성이 필요한 것이다.
어쨌든 이번 `김종건 사건'이 프로축구가 격투기장이 아닌 스포츠맨십이 빛나는 정상 그라운드로 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