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OB진갑용의 비밀 '화장실 기도'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제발 안타는 못 쳐도 좋으니까 패스트볼만 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OB 신인포수 진갑용（23）은 경기전 반드시 들르는 곳이 한군데 있다.
구장 화장실.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직성이 풀린다.
아마때부터 길들여진 일종의 징크스.
그런 진갑용이 요즘 화장실에 가면 해야할 일이 한가지 더 생겼다.
패스트볼을 하지 않게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8일 현재 23경기에 출전, 무려 5개의 패스트볼을 기록해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포수'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진갑용이 패스트볼을 기록한 날이면 묘하게 OB의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진갑용은 지난달 20, 22, 24일과 지난 1, 5일 등 5차례 패스트볼을 했는데 이 5경기에서 OB의 성적은 1무4패.
사정이 이쯤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그의 하소연이 이해갈만도 하다.
공 잡는데 온 신경을 쓰다보니 이번엔 방망이가 문제.
"안타 못 쳐도 좋으니 패스트볼만 하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이 효험을 봤는지 최근 6경기 동안 안타 구경을 못했다.
6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
하지만 8일 인천 현대와의 더블헤더 2경기에서 비록 안타는 못쳐냈어도 투수의 공만은 눈을 부릅뜬채 꼭꼭 잡아냈다.
경기를 끝낸뒤 귀경하는 버스안에서 진갑용이 운전석 옆에 매달린 `오늘도 무사히'라는 팻말을 보고 씨익 웃은 이유를 동료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