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방망이시비] 도덕성 훼손
기사입력 1997년 05월 09일 15시 24분
지난 5일 LG 천보성감독에 의해 제기돼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삼성 타자들의 `부정 방망이' 시비는 진상파악을 위해 9일 일본으로 떠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운영부장이 돌아오는 대로 결말이 나게 됐다.
하지만 조사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파동을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는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을 내게 됐다.
우선 각 구단은 겉으로는 `동업자 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지없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는가 하면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알려진 대로 LG는 경기당일에는 분명 삼성 방망이의 반발력에 의심을 품었다가 KBO에서 "압축방망이가 아니다"라고 발표하자 뒤늦게 공인마크 여부에서 도료의 두께로 의혹의 화살을 돌렸다.
삼성 역시 출처가 분명치 않은 방망이를 외국에서 무분별하게 대량 구입해 사용, 문제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
`부정 방망이' 시비 이후 LG와 삼성 양팀 감독들의 자세도 야구 선후배답지 않게 매우 저열했다는 지적이다.
삼성 백인천감독은 5일 LG가 처음 이의를 제기하자 마치 주먹다짐이라도 할 듯한 태도로 천감독을 몰아세웠는가 하면 다른팀 감독에게도 천감독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퍼부었다.
반대로 LG 천감독은 6일 삼성과 경기를 가졌던 해태 김응용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한번 방망이를 검사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같은 야구인끼리 `불신풍조'를 조장했다.
LG 최종준 단장은 이번 파문이 무혐의로 일단락될 경우 삼성측에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고 삼성도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부정 방망이' 사건은 결과를 떠나 야구계와 야구인 전체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