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어린이날이 무서운 선수단
기사입력 1997년 05월 04일 14시 28분
"비나이다, 비나이다. 어린이날엔 제발 비나 왕창 쏟아지게…."
엄마 아빠 손잡고 놀러갈 꿈에 부푼 어린이들이 들으면 눈꼬리가 치켜올라갈 얘기다.
그런데 분명히 그렇게 빌고 있는 `나쁜 아저씨들'이 있다.
현대와 롯데 구단 관계자들.
3일부터 11일까지 사상 초유의 9연전 때문에 가뜩이나 피곤한 요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두팀은 걱정이 하나 더 있다.
연휴 마지막날에 어린이날까지 겹쳐 `교통대란'이 예상되는 5일 저녁 상경길에 오를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전주 쌍방울전을 끝낸 현대는 6일부터 인천 OB전, 롯데는 대전 한화전 이후 잠실 LG전.
길에서 파김치가 될걸 뻔히 알면서도 아직은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비로 게임이 취소되기나 바랄 수밖에.
현대 직원들은 군산에서 오후 8시10분에 뜨는 비행기와 전주발 7시30분 새마을호 모두 몇주전에 예약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 한숨만 푹푹 뿜어냈다.
주요 투수 몇명만이라도 비행기에 비집어 넣어볼 생각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의문.
나머지 선수들은 버스전용차선 하나만 믿고 `정공법'으로 밀어붙인다.
그나마 전용차선이 해제되는 오후 9시 이전에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
대전에서 출발하는 롯데는 현대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급하긴 마찬가지.
샤워는 20분내에 끝내고 저녁은 차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고 선수들에게 신신당부를 해뒀다.
한편 대구 삼성전을 끝낸 LG도 상경길에 오르지만 정반대로 여유가 넘친다.
목욕하고 저녁까지 먹어도 남을 시간인 오후 8시58분발 무궁화호 특실 한칸을 통째 예약했기 때문.
열차가 고속도로 옆을 지날때 LG 선수들은 시뻘겋게 늘어선 자동차 브레이크등의 행렬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뿌듯해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