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창] 새 해결사 등록
기사입력 1997년 05월 01일 15시 37분
정말 꿈 같은 현실이다.
가끔 대타로나 출전해도 감지덕지했던 한화 정기창（27）.
작년 12월 쌍방울에서 방출된 뒤 대전행 버스에 오를 때만해도 정기창은 올해를 끝으로 야구계를 떠날 것으로 점쳐졌다.
쌍방울에서 필요없는 선수가 한화에서 꽃을 피울 가능성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3년 입단하자마자 파울타구에 콧등이 부서져 1군에는 나타나지 못했고 94,95년에는 허리마저 삐끗했던 병력까지 있었다.
이런 정기창이 한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해결사'로 둔갑했다.
주포 장종훈의 홈런포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면서 5연패의 팀을 구해냈다.
지난달 30일 청주 현대와의 더블헤더는 그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방망이 조율을 한 뒤 2차전에서는 0－1로 뒤진 3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새로운 중심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해결사 기질'은 일찍부터 조짐이 있었다.
31타수 13안타（0.419）로 안타는 적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어김없이 득점타를 때려 팀내 최고인 13개의 타점을 기록한 것.
지난날의 야구인생이 불우했던 탓에 욕심은 없다.
다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클러치 히터'로서 자신을 받아준 팀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