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누가 강동희를 2인자라 했나
기사입력 1997년 04월 29일 15시 22분
66년 12월생 강동희（기아）_.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결혼에 실패하며 인생의 쓴맛도 봤다.
농구선수로서 선배 허 재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서 당해야 하는 남모를 고통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그는 `이립'을 막 넘어선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맞았다.
인천 송림초등학교 5년때부터 농구볼을 잡아 어언 20여년 동안 가로 28m, 세로 15m의 코트를 뛰어다녔지만 요즘처럼 신바람이 나는 적도 없다.
원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벌어진 지난 28일 원주 치악체육관.
곡예하듯 나래의 진영을 파고드는 그의 현란한 드리블을 지켜보노라면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고비마다 3점슛이 시원스레 들어갈 때면 "역시"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졌다.
포스트시즌에 접어들어 강동희의 플레이는 다소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정규리그 MVP가 혼자의 힘만으론 불가능했다는 점을 알고있는 그로서는 동양과의 플레이오프와 나래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료들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고 직접 슛을 날리기 보다는 동료에게 득점찬스를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조타수' 강동희가 키를 놓자 `무적의 항공모함' 기아도 별수없이 표류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25일의 1차전. 이날 강동희는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동료들에게 슛찬스를 제공하는데만 신경쓰는 바람에 초반부터 끌려다니는 양상을 띠고 말았던 것.
2, 3차전서 그의 플레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직접 공격의 활로를 개척했고 적시에 슛을 날려 지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누가 말했던가. 강동희의 `서른 잔치'는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