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무명스타 활약을 지켜보자
기사입력 1997년 04월 28일 15시 23분
1925년 6월1일.
그날은 메이저리그사에 영원히 남을 위대한 기록을 남긴 루 게릭이 `메이저리그 드림'을 향해 출발한 날이었다.
뉴욕 양키스에 스카우트돼 마이너리그인 하트포드에서 2년 동안 무명으로 뛰던 루 게릭이 기회를 잡은 것은 양키스의 주전 1루수였던 윌리 피프가 빈볼을 맞아 결장했기 때문이었다.
24년 3할8리에 108타점을 기록한 윌리 피프가 지키고 있던 1루수 자리를 차지한 루 게릭은 바로 그날부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2천130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낸 것.
`생애 통산 타율 3할4푼' `27, 36년 아메리칸리그 MVP' `메이저리그 첫 한경기 4홈런' `31, 34, 36년 홈런왕' `34년 타격 3관왕(홈런 타점 타율)'등 수많은 기록을 남긴 그는 `그라운드의 신사'로도 유명했었다.
루 게릭이 이처럼 대단한 기록을 수립한 것도 마이너리그 2년동안 서러운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만들어진 정신력이 기틀이 됐다는 평가다.
요즘 국내 프로야구에도 무명씨들이 대활약을 펼치며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무명씨 돌풍의 주역은 LG 신국환과 해태 임창용, 삼성 최익성, 롯데 박지철 등 4명선.
지난 95년 계약금 7천만원을 받고 LG에 입단한 신국환은 유격수 유지현, 2루수 박종호에게 밀려 찬밥 신세였다.
올시즌 박종호가 부상했는데도 신국환은 송인호의 대체요원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6일 3_3이던 해태와의 연장 10회말 1사 2루서 대타로 나와 끝내기 결승타를 터뜨린 것.
다음날 경기부터 선발로 나선 신국환은 18일 롯데전에서 5타수5안타 3타점의 원맨쇼를 벌이며 LG를 연승의 반석 위로 끌었다.
지난 22일 현대전에서는 프로 첫홈런을 결승홈런으로 장식 `복덩어리'로 부각됐다.
해태 임창용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스타의 길로 들어 선 선수다.
95년 지명도 안된채 해태에 입단한 임창용은 볼은 145㎞로 빨랐으나 컨트롤 불안으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작년시즌이 끝난 뒤 사이드암 투수였던 신용균코치를 만난 임창용은 스리쿼터였던 투구폼을 사이드암으로 바꾸면서 컨트롤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올시즌 개막전서 `소방수' 김정수가 난조를 보인 틈을 파고들어 2승4세이브, 19⅔이닝 연속 무자책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올시즌 이상훈 구대성 등과 함께 소방수왕 싸움을 벌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94년 연습생으로 계약금없이 입단한 박지철도 롯데의 희망봉이다.
작년 1승9패의 패전투수용이었던 그는 올시즌들어 실질적인 에이스역할을 하고 있다.
시속 140㎞대의 직구에 커브 등 변화구는 국내 정상급이라는 평가인데 올시즌 롯데가 거둔 4승중 2승을 박지철이 올렸을 정도다.
연봉 1천200만원만 받기로 하고 지난 92년 삼성에 입단한 최익성도 그동안 무명의 설움을 딛고 올시즌 주전자리를 꿰찼다.
92년 2군 남부리그 타격왕에 오를 정도로 방망이 감각이 뛰어 난 그는 잦은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을 못했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보강해 올시즌 첫경기부터 빠른 발과 방망이의 자질을 살리고 있다.
올 프로야구도 `7억원짜리 팔' LG 임선동과 5억원의 롯데 손민한 등 억대 신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명에서 유명으로, 한포기 들꽃에서 한송이 장미꽃으로 피어오른 `깜짝스타'들도 있다.
이들을 함께 보는 것 또한 프로야구의 또다른 묘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