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박철순 은퇴경기' 벤치의 고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7일 15시 00분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 가는데…."
OB 김인식감독의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29일 열리는 박철순의 은퇴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구단에선 이미 작년말 일찌감치 팬들에게 은퇴경기 일정을 발표했었지만 그동안 김감독은 그 형식을 놓고 적지않이 고민해 왔다.
선발 5명이 `칼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OB의 선발로테이션에 박철순을 억지로 집어넣기엔 무리일 것 같고 중간이나 마무리가 적당하겠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만약 경기가 동점상황이나 한점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로 간다면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기가 애매하다.
야구는 공 1개로 승부가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팀은 잠실 라이벌 LG.
어떡하든 이기고 싶은 상대라 더 부담스럽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선발이든 마무리든 공 1개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물러나는 것.
하지만 투구규칙상（8조6항） 투수는 반드시 한타자를 상대해야 교체할 수 있게 돼 있다.
박철순도 이런 감독의 고충을 아는지라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
"차라리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 간단히 은퇴식만 하고 끝내고 싶었는데…."
더구나 지난주 2군숙소가 있는 이천구장에서 은퇴경기에 대비, 불펜투구를 하다 목을 다쳐 투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이제 땀과 눈물로 얼룩진 15년을 결산하는 `마지막 콘서트'에 나서게 된 박철순.
이 마지막 무대에서 후배들이 도와주는 길이 딱 한가지 있다.
경기초반 대량득점으로 선배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