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심판] 그라운드 새바람 예고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6분
"체코축구의 명예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6일 막을 올린 97라피도컵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휘슬을 문 `이방인 판관(判官)'인 체코의 카렐 보후넥（46）과 이지 일리흐（45）의 비장한 각오다.
각각 보후넥은 포항－전남전（광양）, 일리흐는 유공－현대전（목동）에 주심으로 나선 이들은 날카로운 판정과 소신있는 경기 운영으로 올시즌 녹색 그라운드에 새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일 입국후 체력 유지를 위해 매일 남산을 오르내리는가하면 하루빨리 한국축구를 익히기 위해 경기장에 나갔고 TV축구중계도 꼭 챙겨보았다.
"한국선수들의 기량이나 심판들의 역량은 모두 수준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골이 많이 나는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야 관중이 많이 오지 않겠느냐"며 아디다스컵에서의 썰렁했던 관중석에 대해 일침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심판생활이 `코리안 드림'에 다름 아니다.
월급 4천달러（약 340만원）는 오랜 공산독재에 시달려 낙후된 체코에선 몇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
이역만리 `동방의 작은 나라'로 선뜻 발걸음을 내디딘 것도 목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데 있었다.
체코의 총인구는 1천만명. 그래서 인구 1천100만명이 밀집해 있는 서울에서 하늘높이 솟은 빌딩을 보고 "이렇게 큰 나라인줄 미처 몰랐다"며 경외의 눈길까지 보냈다는 후문이다.
올시즌 청정(淸淨) 그라운드를 이끌어나갈 이들은 "축구란 만국공통어인 만큼 지금껏 해온대로 소신껏,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심판생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