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 사감 주정순씨 '올바른 몸가짐 챙겨줘요'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6분
현진건의 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처럼 사감하면 떠오르는 게 기숙사다.
그런데 기숙사도 없는 서울 뉴코아백화점에는 엄연히 `사감'이 존재한다.
백화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1천500여명 여사원들의 `대모' 주정순씨(朱貞順．56).
직급은 대리급이지만 직함은 "사감님"인 주씨는 뉴코아 창립멤버로 지난 85년부터 줄곧 여사원들의 올바른 몸과 마음가짐을 챙겨 왔다.
영업시간 대부분 점내를 돌아다니며 옷매무새는 단정한지, 손톱은 길지 않은지 등 주씨가 접시눈을 뜨고 살피는 부분은 헤아리기 어렵다.
잘못된 사항이 발견되면 이내 여사원들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평소에는 여사원들의 개인적인 고민부터 결혼문제까지 어머니같은 포근함으로 감싸주고 상담해주는 것도 주씨의 중요한 일이다.
12년간 한 백화점에서 `사감'으로 일해온 주씨는 세월의 변화를 여사원들의 태도에서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어요. 잘못된 점을 꾸짖으면 금방 직장을 그만두거나, 곧바로 대드는 아이들도 제법 많거든요."
그래도 아직까지 점심시간이면 사무실 문을 빼꼼 열고 커피를 들이미는 사랑스런 딸같은 여사원들이 더 많다고 한다.
보살피는 여사원들이 많다보니 자연 주씨에게 `중매전문가'란 타이틀도 생겨났다.
참한 여직원들을 눈여겨 봐뒀다가 건실한 총각직원들에게 소개해 줘 사내결혼에 골인한 커플만도 10쌍에 이른다.
주씨의 사감경력은 뉴코아백화점을 포함해 올해로 강산이 세번째로 바뀌기 시작한 21년째다.
지난 76년 운수회사 기숙사 주임으로 `사감'일을 시작해 82년부터 2년간은 공장기숙사에서 여직공들과 숙식을 함께 하기도 했다.
"앞으로 2년 정도만 더 일하고 싶어요. 집에서는 편히 쉬라고 성화지만, 고맙게도 회사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아직 일할 기력이 남아 있는데 간단히 일을 그만둘 수는 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