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V고지 '나를 따르라'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이젠 정상을 향하여.'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준우승으로 이끈 `그라운드의 저격수' 김봉길（31）이 보다 큰 과녁을 겨냥해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드래곤즈의 승천_.
지난 89년 프로 데뷔와 함께 유공 우승의 견인차가 됐던 그가 또한번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로 프로 9년째. 골잡이로서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마지막으로 꾸는 `왕꿈'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의 기량은 건재하다.
작년 시즌 7골 2어시스트에 이어 이번 아디다스컵에선 4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공동 5위에 랭크, 전남의 변함없는 저격수임을 입증해 보였던 것.
막판 뒤집기로 준우승을 차지한 짜릿한 `사건' 역시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그것을 정상 등극의 서곡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95년 전남으로 이적한 이후 김봉길에겐 야릇한 버릇 하나가 생겼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94년 겨울을 떠올리는 것이다.
`뼈를 묻으리라'고 다짐했던 유공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남행열차를 탔던 아픈 기억을.
그리고 기필코 재기해 마음 한 켠에 뭉쳐 있는 서운한 마음을 싹 씻어버리겠노라며 모질게 마음을 사려 먹곤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이젠 전남이 우승을 하더라도 이변이라고 하지 않겠지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김봉길의 눈빛엔 비장함이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