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사단] '불안'
기사입력 1997년 04월 24일 15시 01분
월드컵 축구팀이 불안하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98프랑스월드컵 축구대표팀은 23일 북경에서 벌어진 제2회 한－중 축구정기전 1차전서 2대0의 낙승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르기까지 숱한 숙제를 안게 됐다.
물론 짧은 훈련기간과 프로축구로 인한 피로 누적, 주전들의 부상, 원정경기의 위축감 등 악조건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의 질에서는 고개를 가로 젓게 했다.
더구나 최종예선（10월22일∼11월8일）까지 불과 6개월이 남았고, 중동 축구의 우세가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축구팬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우선 대표팀은 전반 45분 박건하가 첫골을 터트리기까지 전혀 게임을 풀어가지 못했다.
게임메이커의 부재도 커다란 문제였지만 플레이에 대한 적극성이 보이지 않았다.
잦은 패스미스와 한발 늦은 패싱 타임으로 공－수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 축구의 근간인 기동력과 스피드에서도 중국에 압도당했다.
전반 경기 내용이 3대7 정도의 열세를 보인 것도 당연했다.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진의 집중력 해이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후반에는 그런대로 괜찮아졌으나 최영일－이상헌－김상훈 등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과 커버플레이, 판단력 등에서 허점이 노출되면서 중국 스트라이커 하오하이동에게 무방비 슈팅을 허용했다.
앞으로 보강될 선수로 황선홍 홍명보（이상 포항） 김도훈（전북） 김병지（현대．GK） 등이 있으나 전력 상승 요인으로는 황선홍과 홍명보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 하다가는 비쇼베츠（러시아） 감독의 올림픽 축구팀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중동 축구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력과 기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끈기와 집념'이라는 한국적인 양념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