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그들만의 리그(14)
기사입력 1997년 04월 23일 14시 23분
패트롤카는 맘모스와 공원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도 계속 싸우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곰보살을 겨우 동물아파트로 몰아냈다.
정말 대단한 투지였다.
그러나 세상에 마음만 갖고 되는 일이 없듯이 곰보살의 투지가 그를 사파리 왕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곰보살은 상처의 고통과 또다시 1대2로 싸우는 바람에 졌다는 억울함 때문에 길길이 날뛰면서 병원에 실려갔다.
상처는 뜻밖에 깊었다.
전치 3주.
곰보살로서는 사실상 사파리 초대 타이틀전에서 탈락한 셈이다.
수곰의 싸움은 주로 암곰과의 섹스를 위한 것이다.
암곰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발정기가 4월 한달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곰보살이 3월 하순 병원에 들어가 3주 입원 통보를 받았으니 퇴원을 하고 나면 이미 왕이 결정된 뒤여서 사실상 싸울 의미가 없는 셈이 된다.
사파리에서 곰보살이 사라지자 `남은 자'의 축제가 벌어졌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아남는 자가 정의일 수밖에 없다.
물론 곰보살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90년 사파리에 자리를 튼 곰의 왕국에서 사라진 만큼 맘모스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들은 축배를 들었다.
맘모스는 사파리 초대 왕에 오른 기분을 내고, 자신의 집권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했다.
일등공신은 공원이었다.
공원이 비록 에버랜드 출신의 본토파는 아니었지만 곰보살의 습격 때 자신을 도와 곰보살을 쓰러뜨리는 데 공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공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맘모스는 이처럼 화려한 봄날을 맞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에 최고 수훈은 당연한 것이었다.
공원은 암곰 2마리와 사파리 풀장에서 언제든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됐다.
곰에게 있어 풀장은 아주 특별한 것이다.
곰은 물을 좋아해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물장구를 치며 논다.
왕곰이 허락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풀장에서 놀 수는 있지만 만약 왕곰이 풀장에 들어가면 두말없이 풀장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공원은 사파리 초대왕인 맘모스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이다.
사파리 공화국에서 왕에 이은 2인자라는 신분증과 같은 권리였다.
어쨌든 공원으로서는 일단 `줄서기'에 성공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