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령] 너무 얄미운 연기로 '귀여운 팥쥐'
기사입력 1997년 04월 23일 14시 19분
"요즘 시청자들은 팥쥐만 미워하지 않더라구요."
드라마에서 연기자들이 공연히 악역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못된 것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고, 심지어 악역을 맡으면 CF도 안 들어 온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얄미운 역을 정말 얄밉게 하면서도 칭찬만 받고 있는 연기자가 있다. MBC TV 미니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의 조미령.
이화역을 맡은 조미령은 어머니(박원숙), 오빠 이반(박철)과 함께 `팥쥐 3총사'로 나서 연이(최진실)를 괴롭히며 드라마의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어떻게 보면 이화는 욕심, 질투심, 지기 싫어하는 점이 좀 강한 아이일 뿐이에요. 이런건 누구든 마음 속에 다 있잖아요."
그 자신도 이화역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 `캔디'의 이라이자를 어려서는 죽도록 미워했지만 이화는 어딘가 이라이자와는 달리 동정의 구석이 많다는 주장이다.
"그 자신이 못됐다기 보다는 너무 모자란 것 없는 주변 환경때문에 망쳐진 애잖아요."
강민(안재욱)이 결별을 선언하자 "왜 연이는 아빠, 민이 오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뺏어 가는거야"라며 악쓰는 장면이 방영되자 오히려 반응은 "불쌍하다"는 쪽으로 기울기도 했다.
지금까지 맡았던 단명한 주말드라마 `동기간'에서 소백(이민영)을 괴롭히던 박미령, `미망'에서 채시라를 괴롭히는 숙모역과는 달리 인간적인 매력도 느껴진다는 얘기.
이러다가 `악역 전문'으로 아예 점찍힐까봐 겁도 나지만 연이역보다 이화역이 좋은 점도 있다. 부잣집 딸로 나와 예쁜 옷을 실컷 입을 수 있다는 것.
MBC 24기 탤런트로 데뷔한지는 3년째가 되지만 `별은 내 가슴에'에서 가장 배우는 점이 많다. 가장 부러운 건 최진실의 성실성과 `체력'이다.
"지금 엄마라고 부르는 박원숙선생님과는 일단 모녀간이니까 좀 닮아야 하잖아요. 대본 읽어보면서 맞춰 볼때마다 대본에 없는 부분도 만들어 넣는데 너무 재미있고 많이 배워요."
집의 `진짜 어머니'는 방송을 볼때마다 "더 못되게 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조미령. 칭찬도 좋지만 그래도 다음번엔 `부드럽고 조신한 역'으로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게 가장 큰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