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여성] 물놀이 119출동 '미녀 구조대장'
기사입력 1997년 04월 22일 15시 30분
"한해 140만명의 안전을 책임지겠어요."
에버랜드의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의 라이프 가드 이해자씨(28)는 '수영 문화'에 관한 한 국내 으뜸가는 선구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적십자사가 주최하는 워터파크 라이프가드 교육을 이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12일 개장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정식 직책은 주임이지만 맡은 역할은 물놀이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을 책임진다.
이주임은 언제나 무전기를 들고 다닌다.
3만6천평에 이르는 캐리비안베이에서 아무리 작은 사고가 나더라도 즉각 보고를 받고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임은 150명이나 되는 라이프가드를 지휘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3만3천평을 돌아다닌다.
지난 1월 간질을 앓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물에서 놀다가 갑자기 발작한 일이 있었다.
무전보고를 받은 이주임은 30초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물론 백보드 등 응급 의료기가 뒤따랐다.
약 2분동안 응급조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겨 그 어린이는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주임의 역할은 '119구조대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속사인 중앙개발이 강조하는 친절교육을 위한 '서비스 아카데미'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주임의 주머니에는 언제니 피로회복에 좋다는 사탕이 들어있다.
라이프가드들이 피곤해할 때마다 입에 넣어주기 위한 자상함이다.
그러나 이처럼 마음씀씀이가 섬세한 이주임도 약점이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을 눈 앞에 뒀지만 아직 결혼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생리학 석사학위를 딴 재원이지만 '물 문화'에 관한한 으뜸이 되고자 노력하다보니 남자를 만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시집가라는 성화가 심해 요즘은 아예 회사 기숙사에서 살아요."
물론 1m168의 늘씬한 이주임을 보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남자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손님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점잖게 거절한다고 털어놓는다.
이주임은 오히려 결혼보다는 라이프가드 아카데미를 만들어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라이프가드를 양성하고 관련 논문을 쓰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