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만 감독] 축구인생 (상)
기사입력 1997년 04월 21일 17시 20분
부임후 115일만의 우승.
이차만（李次滿．47）감독이 친정 대우로 컴백한지 115일만에 팀을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수관리의 귀재' `스카우트의 명사' 등 화려한 닉네임의 그가 관리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명가（名家） 대우'를 재건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절망의 시기는 있었다. 이차만 감독의 축구인생을 시리즈로 엮어 본다.
지난 19일 마산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대회 최종 9차전.
일화를 4대1로 꺾고 우승 헹가래를 받은 대우 이차만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대회 우승으로 샴페인 세례를 받았지만 이번 우승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다른 어느 우승과도 감회가 달랐다.
이차만 감독에게 지난 4년은 어둠의 세월.
지난 92년 대우 감독 재직중 국가대표감독으로 차출되면서 대우가 헝가리의 비츠케이 감독을 전격 영입, 사령탑에서 물러난후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당시 국가대표 감독에다 사상 처음 프로리그 3번째 우승을 일궈내며 잘나가던 대우 감독인 그에게는 충격 바로 그것이었다.
창피해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한동안 숨어도 지냈지만 축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격에 걸맞은 자리가 금방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모교인 경남상고. 말이 감독이지 보수도 없는 `자원봉사자'에 불과했다.
아무리 백의종군을 결심한 터였지만 고교선수를 지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어금니를 물었다.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프로시절 모아두었던 약간의 돈도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도자기 장사. 동양도자기 부산총판을 개업한 것이다.
물론 경남상고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한 `부업 형태의 주업'이었지만 이것이 그의 유일한 외도였다.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 시작한 사업이 잘 될리도 없었다.
특유의 `마당발'로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가난하던 모교 축구부에 전용 버스도 마련하는 수완을 발휘하며 애착을 가질 무렵 그에게 손길을 뻗친 팀은 동아대였다.
당시 서현옥 감독이 중앙대로 자리를 옮기자 동아대에서 그를 `모셔'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