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경주마 시가] 성불구 판정
기사입력 1997년 04월 21일 17시 20분
올해초 씨수말로 변신한 세계 최고의 경주마 `시가（Cigar）'가 성불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는 95년과 96년 2년 연속 전세계 최고의 경주마로 선정된 미국산 여섯살바기 수말로 지난해말 브리더스컵 경마대회를 끝으로 경주로를 떠났다.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단 하나. 경주마로 활약하기 보다는 씨수말로 변신, `제2의 시가'를 잉태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 미국내 주요 일간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막상 암말을 상대로 성생활에 들어간 `시가'는 지금까지 단 한마리의 암말에게도 임신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말의 공유（共有） 마주인 앨런 폴슨씨（미국）는 최근 "시가는 지난 3개월동안 20여 마리의 암말과 관계를 가졌으나 이제껏 어떤 암말도 임신시키지 못했다"며 "의료진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결과, `시가'의 정액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들어있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미국 경마계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수순.
미국에서 `시가'의 인기는 NBA의 마이클 조던이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인기와 맞먹을 정도다. 워낙 기량이 출중한데다 순수한 미국산이라는 점에서 미국인의 자존심으로까지 비유될 정도였기 때문.
`시가'의 몸값은 경주마 사상 최고가인 2천500만달러（약 225억원）. 유사 이래 지구상에 존재한 동물 중 가장 높은 몸값이었다.
은퇴한 경주마의 몸값이 이처럼 비싼 것은 경마가 철저히 혈통경기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경마에서는 부모 말이 우수하면 자녀 말도 부모가 거둔 성적과 거의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가'가 암말과 단 한번 관계를 해주고 받는 돈은 7만5천달러（약 6천800만원）.
이는 암말의 임신여부와 상관없이 관계를 맺을 때마다 받는 돈이므로 `시가'는 지난 3개월간 약 14억원을 챙기는데 그쳤다.
`시가'는 은퇴 당시 몸값이 너무 비싸 한 사람에게 팔리지 못하고 수백명으로 구성된 공유마주들에게 팔렸다.
그러나 공유마주들은 이 말이 성불구로 판명되자 앞다퉈 `시가'의 성기능을 보장한 보험회사에 항의, 현재는 보험회사가 억지로 떠맡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 말의 원래 주인인 앨런 폴슨씨는 최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2세를 수태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 양（羊）을 복제하는데 성공한 스코틀랜드 동물복제연구팀에게 의뢰, `복제 시가'를 탄생시키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이 복제되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에 의해 잉태된 말만 경마에 참가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시가'의 후손은 영원히 경주마로 활약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