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기자회견 일문일답
기사입력 1997년 04월 20일 16시 51분
북한 노동당의 황장엽 전 국제담당 비서는 20일 서울공항에 도착,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서울에 도착한 지금의 제마음은 한 마디로 말해서 감개무량하다』면서 『전쟁을 막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의 건강상태와 가장 생각나는 게 있다면.
▲ 여러분들이 세심히 보살펴주셨기 때문에 제 건강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서울에 도착한 제 마음은 한마디로 말해서 감개무량합니다.
여기에 올 때까지는 두 달 남짓한 동안 유일한 목표가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도착할 수 있겠는가 이것만이 매일 걱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도착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니까 사람이라는 것이 욕망이 자꾸 자라나서 이제는 제가 이 늙은 몸으로서 어떻게 자기 조국을 위해서, 자기 민족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서 죽을수 있겠는가 그것만이 걱정입니다.
여러분이 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중국과 필리핀에서의 생활과 서울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중국에서 한 달 남짓 있었고, 비율빈(필리핀)에서도 한 달 남짓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물론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었지만은 다 그 나라에서, 특히 우리 정부에서 세심히 보살펴주셔서 불편없이 지내왔습니다. 앞으로 뭘 하겠느냐하는 것은 이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쟁을 막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서조금이나마 힘을 바치겠습니다.
--서울행이 「정치적 망명」이냐 「남북통일을 위한 협상자」의 자격이냐 하는데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서울행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 글쎄, 제가 선생님(질문한 기자 지칭)의 말씀을 똑똑히 모르겠지만 어쨋든저는 갈라진 조국의 어느 한 부분만을 자기 조국이라고 생각해 본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누가 (나의 한국행을 두고) 「망명이다」 「귀순이다」 하고 말하는 것은 나하곤 관계없습니다.
난 북쪽에 있다가 거기서 제가 일을 잘못해서 사태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렇게 오게된 것입니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나의 조국을, 갈라진 한 땅을 조국이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여기에 와서 남쪽 형제들과 힘을 합쳐서 빨리 우리 조국의통일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신했습니다.
-- 통일에 어떻게든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는데 선생님의 망명으로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요.
▲ 글쎄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그건 아마 두고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