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유럽축구계 '무게 저울질' 한창
기사입력 1997년 04월 18일 14시 48분
베켄바워(51. 독일)냐, 플라티니(42. 프랑스)냐.
유럽축구계가 요즘 두 축구황제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펠레(브라질)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세계 축구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거성(巨星)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서다.
미셀 플티니는 98프랑스 월드컵축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이고, 프란츠 베켄바워는 2006년 제18회 월드컵축구대회 유엔대사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은 자국내에선 단연 최고의 스포츠맨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서로의 무게를 비교한 적은 없었다.
이는 두 나라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
그런 두 사람이 지난 2월말 파리에서 만났다.
베켄바워가 '월드컵 유치'를 위한 조언을 얻기 위해 플라티니를 찾아간 것.
독일과 월드컵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 언론들은 이를 "카이저('황제'라는 뜻의 베켄바워 애칭)가 후배에게 몇마디 주워들으려고 기웃거린다"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면담이 끝난 뒤 베켄바워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오는 17일 제네바 집행위원회에서 독일을 2006년 월드컵축구대회의 단독후보로 지명해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 고 선수를 치고 나왔다.
2006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개최지 결정을 빨라야 98년12월이고 결정권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지만 UEFA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영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는 그만큼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무게를 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플라티니는 현역 월드컵 조직위원장이고, 베켄바워는 차기 FIFA회장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선수시절에도 두사람은 가는 곳마다 우승을 일궈낸 '우승제조기'로서 명성을 날렸고. 유럽에서 2-3차례씩 최우수선수에 뽑힌 이력을 지녔다.
다만 베켄바워는 수비수, 프라티니는 골잡이라는 점이 다르다.
대표경력은 베켄바워가 103경기를 뛰어 독일내 최다기록을 갖고 있지만 플라티니는 72경기서 41골을 넣어 프랑스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한다.
특히 플라티니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시절 3년 연속 이찰리아리그(세리에A)득점왕에 올라 이 부문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자로선 86멕시코월드컵 준우승과 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베켄바워가 한수 위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을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축구팬들은 70년대는 베켄바워, 80년대는 플라티니하는 식으로 두 사람을 나란히 치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