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전화위복된 화재
기사입력 1997년 04월 16일 14시 18분
대개의 속담들이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도 뻥이 너무 셌다.
담장 하나만 무너져도 사람이 생명을 부지하기 힘든 법인데 하늘이라는 거대한 돔이 무너지면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겠는가！
뭐,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면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거라구.
하긴 동양쪽에서는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한다.
골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파 잡은 뒤에는 반드시 오비가 나니 너무 들뜨지 말아라. 양 파 뒤에는 버디가 날아 오니 기죽지 말아라."
얼마전 신문 한 귀퉁이에는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의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 복권 사상 최고액인 5억원짜리에 쉽게(?) 당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남자도 복권에 당첨되기 바로 전까진 나쁜 운을 탓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는 사업마다 운이 없는지 쫄딱 망하곤 해서 월세 방으로 쫓겨 와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나.
지금부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애매한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하겠다.
무대는 무인도.
무인도 이야기라니까 으레 혼자있던 남자에게 여자가 오고 어쩌구…. 흐흐흥…. 그런 헤벌쭉한 스토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중단하시길. Ya한 이야기 아님.
난파선의 유일한 생존자가 널빤지에 떠 밀려 표류한 곳은 육지와 너무 많이 떨어진 작은 무인도였다.
그는 옷을 벗어 흔들며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목만 쉬었을 뿐 사람은 커녕 파리 한 마리 날아오지 않았다.
낙망한 그는 여러날을 그렇게 지내다가 풀과 나무들을 모아 작은 집을 하나 지었다.
거기에 남은 짐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성냥, 비상식량 등 몇가지를 넣어 두고 살았다. 물론 어떤 희망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완데이, 그가 먹을 것을 구하러 섬의 반대편에 갔다가 왔을 때 그의 움막이 활활 불타고 있지 않은가.
그는 최악의 상황이 왔다며 모든 생존에 대한 애착마저 잃어 버렸다.
그런데 얼마 후 한 척의 구조선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아！ 내가 여기 있는 줄을 어떻게 아셨나요?"
그러자 구조대장의 대답.
"우린 당신이 피운 큰 연기 신호를 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