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노병은 살아있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15일 14시 54분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백전노병' 김상호의 발끝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축구선수로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33세. 하지만 그의 불 같은 투지와 탄력적인 움직임은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후배들을 앞지르고도 남을 정도다. 97아디다스컵을 치르면서 그가 올린 득점포인트는 1골 1어시스트. 노상래（5골 1어시스트）에 이어 팀공헌도 2위다. 그의 역할이 팀의 공수를 조율하는 게임메이커라는 점에서 그의 득점포인트는 갑절의 가치를 지닌다. 게다가 지금까지 5경기에, 그것도 교체멤버로만 투입된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랍다. 지난 9일 선수 겸 트레이너로 승격,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몸이라는 점도 그의 출중함을 잘 뒷받침해 준다. 사실 김상호만큼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공을 찬 선수도 드물다. 지난 87년 프로데뷔 이후 지금까지 무려 4차례에 걸쳐 수술대에 오르면서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쯤되면 무릎과 발목이 성한 데가 없다는 얘기다. 그 와중에서도 그는 11년째 프로밥을 먹고 있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마당에도 후배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체력을 우려한 허감독의 배려로 반게임씩만 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끄떡없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귀띔이다. 지금까지 206경기에 뛰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병 김상호는 프로 새내기들이나 예비프로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