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PO땐 '몸통'
기사입력 1997년 04월 14일 14시 20분
`농구 천재' 허 재（32．기아）가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정규리그 막판 극심한 골가뭄을 보이며 슬럼프에 허덕이던 허 재. 하지만 정규리그를 마치고 15일간의 휴식을 가진 뒤 13일 동양과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1차전에 나선 허 재는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은 바랬지만 33득점을 올리며 맹위를 떨쳤다. 허 재는 이날 전반까지만 해도 8득점에 그쳐 여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지만 후반들어 3점슛 6개를 비롯해 25점을 터뜨리며 막판 대추격의 선봉이 된 것. "정규리그때는 경기가 너무 안풀려 제 스스로도 너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허 재는 정규리그 종반 `부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해 급기야는 지난달 26일 동양전과 29일 나래전서는 벤치워머로 전락, 가슴앓이를 했었다. 허 재는 부진한 플레이에 대해 주위으로부터 "그 정도의 개인기는 더이상 프로농구에서는 통하지 않고 오히려 팀분위기를 해칠 뿐이다"라는 따끔한 충고도 받았다. 실제로 허 재는 팀플레이에서 `몸통'이 아닌 `깃털'의 역할을 맡았다. 최인선 감독의 핵심 전술인 `원맨 패스트－브레이크（One Man Fast－Break．한 선수 주축의 속공플레이）' 속공이 →김영만→클리프 리드 또는 로버트 윌커슨으로 연결돼 허 재는 자연히 소외됐다. 허 재는 팀에 대한 공헌도가 줄면서 개인성적도 덩달아 하향곡선을 그었다. 정규리그 개인기록에서 어시스트 4위에 올랐을 뿐 타 부문은 랭킹 10걸안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1년 후배 가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허 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는 `스타는 빅게임에 강하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양과의 플레이오프 첫판에서 `천재성'을 발휘, 나머지 경기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