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전신환] 축의금 신풍속
기사입력 1997년 04월 11일 16시 33분
경조전신환증서가 새로운 축의풍속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액수에 제한없이 전국의 모든 우체국에서 발행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것. 청첩장에 있는 주소나 예식장으로 결혼식 하루전에만 부치면 전국 어디라도 적시에 배달되는데다 축하인사말도 함께 적어보낼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유병우씨（31．회사원）는 "3만원을 축의금으로 보낼 때 수수료가 축하전보료까지 포함해 1천720원인데다 식장을 오가는 번거로움과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어 전신환을 이용한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객으로 참석, 축의금을 전달하는 대신 경조전신환을 이용하는게 직장동료들 사이에 일반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명예퇴직이다 정리해고다 하는 마당에 수없이 날아드는 청첩장에 응하느라 자리를 오랫동안 비울수 없는데다 혼주의 피로연부담도 덜어줄 수 있어 경조전신환은 여러모로 편리하다는게 유씨의 얘기. 이에 따라 서울 중앙우체국의 경우 작년 봄에는 하루 20∼30여건에 불과하던 경조전신환 이용이 요즘들어서는 200여건으로 급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광화문우체국의 전신환담당 신홍도씨는 "경조환 이용객 가운데는 우체국에 나와 신청하는 것도 귀찮아 아예 통장을 만들어 필요에 따라 전화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3만원정도를 축의금으로 내는 경우가 전체 이용객의 60％를 차지하고 5만원대가 20％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경조전신환증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예식장이 북적거리던 예년과는 달리 한결 한산해지고 있어 하객없는 결혼식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경남예식장 인근에서 S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8）는 "결혼식 피로연으로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이 작년 이맘때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며 "평일에도 불경기때문에 장사가 잘 되지 않는데 주말의 피로연 손님마저 감소해 이 주위의 대부분 업소들이 울상"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일요일 결혼한 이재영씨（32．회사원）도 "청첩장을 500장정도 보냈는데 막상 가족 친지들을 빼고 식장을 찾은 하객은 100여명에 불과했다"며 "전신환이 많았기에 축의금이 들어온 것에 비해 피로연 음식값 부담이 적어 경제적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