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애완동물 키우기 붐
기사입력 1997년 04월 08일 15시 15분
사무실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거북이, 이구아나, 햄스터 등 작고 기르기 쉬운 동물들을 키워 삭막한 사무공간을 다소 나마 자연에 가까운 분위기로 꾸미고 있는 것. 이들이 기르는 동물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회사원들은 주로 금붕어, 거북이 등 물에서 사는 동물을 선호한다. D보험회사 영업소장 조규만씨（31．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달말 자신의 사무실에 청거북이 2마리를 들여놨다. 조씨가 거북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봄철을 맞아 보다 생동감 있는 사무실을 꾸며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질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라고. 조씨는 "금융회사 사람들은 `물은 곧 돈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매장에 금붕어 등을 키워왔다"며 "최근 불황으로 매출실적이 뚝 떨어져 고민하다 거북이를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업사원들은 보다 이색적인 동물을 선호한다. 사무실 책상에 특이한 동물을 키움으로써 고객들의 시선을 붙잡아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기 위함이다. 컨설팅업체인 （주）카미의 박상우 영업과장（31． 서대문구 홍은3동）은 요즘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 매출실적이 20％ 이상 올라 신바람이 나 있다. 지난 2월말 1만5천원을 주고 산 이구아나 덕택이다. "책상 위에 이구아나를 얹어 놓은 뒤부터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저를 기억합니다. 덕분에 실적도 크게 올랐습니다. 1만5천원짜리 이구아나가 한달여동안 150만원 이상을 벌어준 것 같아요." 이밖에 의류회사 직원들은 구관조, 잉꼬, 십자매 등 조류를 선호하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체 사원들은 햄스터를 좋아한다. 의류업체 직원들이 조류를 선호하는 것은 60년대 남대문 시장 등 의류전문 도매시장 사람들이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며 햄스터는 한번에 7∼10마리의 새끼를 낳아 사업 번창을 상징한다는 것. 청계천 5∼7가와 종로 5가 등 애완동물 판매점들은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봄바람이 불면서 매기가 다소 살아난 상태다. 청계천 6가 `광교조수원' 주인 임주영씨는 "아직은 가정용 애완동물의 비중이 높지만 최근들어 샐러리맨들의 왕래가 급증, 매출액 신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