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번개모임] 배낭여행객 '만남의 광장'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4시 57분
`97년 8월 15일 로마 스페인광장에서' `97년 12월25일 파리 에펠탑에서'… 최근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이색적인 만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번개모임'으로 불리는 이것은 영화나 소설속에 등장하는 외국 유명관광지를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속칭 `꿈의 만남'으로 불리고 있다. 만날 사람들은 PC통신에 메시지를 띄워 모집한다. 아무나 만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취미 동호회 회원들로 제한한다. 통신상으로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이기 때문에 회원들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회원이 통신에 만날 날짜와 장소를 올리면 지원자가 하나둘 나서게 된다. 지원했다고 해서 반드시 모이라는 법은 없다. 오헨리의 소설 `10년후'를 연상시키는 이 만남은 그만큼 추억과 낭만이 듬뿍 담겨있어 참가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 1일 에서 주관한 유럽 8박9일 배낭여행에 동참한 윤정아씨(29．학원강사)는 해외 번개모임족 중의 하나. `여우사랑'이란 여행 동호회원이기도 한 윤씨가 이 여행에 참가한 것은 파리 에펠탑에서 만나기로 한 동호회원 5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약속당일 에펠탑에는 윤씨를 포함, 5명이 모두 모였고 이날밤 센강 유람선에서 파리야경을 즐기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윤씨는 "처음 한 동호회원이 이런 제안을 했을때 과연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모두 약속장소로 나와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여행사랑의 동호회원인 신국재씨(28)도 마찬가지 경우. 그는 지난해 8월 12일 파리 개선문앞에서 번개모임을 가졌는데 7명이 모였다. 이 동호회는 올 8월 15일 파리 개선문앞에서 번개모임을 가질 예정인데 신씨는 벌써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여행전문가들은 이같은 젊은이들의 모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낭여행담당 정윤씨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해외여행기회가 주어지면서 이런 모임이 생기게 됐다"면서 "자립심과 성취감, 그리고 멋과 낭만을 함께 볼 수 있는 독특한 여행형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