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진짜 승부는 시즌에서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5시 01분
송진우（31）는 공인된 한화의 왼손 기둥투수다. 작년 팀내 최다승인 15승을 올리면서 왼손 최다인 94승을 달리고 있다. 삼성 성 준이 88승으로 뒤를 쫓고 있지만 왼손 첫 100승은 송진우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예외없이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송진우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고 있는 듯한 엄청난 슬럼프다. 2경기에서 6이닝 동안 6실점（5자책점）, 방어율 7.50. 송진우는 지난달 23일 잠실 OB전에서 6안타을 얻어맞으며 3점을 내준채 2이닝만에 이겨났고 28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집중 5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쯤이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나 코칭스태프의 반응은 딴판이다. 이선희 투수코치는 도리어 "역시 똘똘해"라며 치켜세운다. 송진우도 "흡족하다"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린다. 그의 미소 뒤에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예리한 비수가 숨겨져 있다. 뭇매를 맞은 구질은 작년까지 주무기로 활용했던 직구. 앞타석에서 안타를 맞고도 다음 타석에서 같은 코스,같은 구질로 또다시 던졌다. 송진우의 `우매한 피칭'은 타자들을 검증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 안타와 연결되는 구질과 코스를 파악해 시즌에서 사용하면 안되는 `금기품목'을 골라내고 있는 것이다. 송진우의 전술피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시즌 선보일 서클 체인지업을 철저히 숨긴채 직구로 일관, 타자들에게 허점을 보이고 있다. 시즌에서는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를 역으로 공략해 녹다운을 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가히 여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