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형제의 반란 (9)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4시 54분
지난줄거리 사자 공화국이 포철과 천하가 대권다툼을 벌이는 동안 호랑이 공화국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부패하는 법. 호랑이 왕 호걸은 사자들의 공격도 없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호랑이들의 도전도 없자 사파리에 있는 모든 암컷을 독점한다. 이같은 횡포에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된 호구와 호식은 호걸에 대한 불만이 날로 커져 마침내 쿠데타를 일으키지만 오히려 2대1 싸움에서 호걸에게 실컷 얻어맞는다. 쿠데타를 진압한 호걸은 그뒤 더욱 다른 호랑이들을 옥죄자 호구와 호식은 퇴근길에 2번째 반역을 도모한다. 흔히 싸움은 출근길에 많이 일어난다. 사자와 호랑이는 밤새 좁은 아파트에 2∼3마리씩 갇혀있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신경이 날카로워져 몸이 조금만 닿아도 금세 송곳니를 드러내며 싸움을 벌인다. 더구나 자신의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뒷목과 옆구리를 물린 호걸은 온힘을 다해 호구와 호식을 떼어낸 뒤 반격자세를 잡았다. 일단 반역의 칼을 뽑은 호구와 호식은 첫번째 공격이 실패하자 조금은 초조했지만 여기서도 호걸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영원히 끝장이라는 생각에 힘차게 밀어붙였다. 워낙 좁은 공간인 만큼 앞발을 휘두르고, 이빨을 박는 정공법이 아닌 몸싸움에 가까운 백병전이 계속됐다. 자신보다 덩치는 작지만 두마리의 공격은 호걸로서는 힘겨웠다. 호걸이 뒷발로 서서 호구와 호식을 위협하는 순간 호구가 헤딩으로 호걸의 배를 받았다. 호걸은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지는 순간, 짜릿짜릿한 충격에 깜짝 놀랐다. 사파리에서 아파트로 가는 통로는 간이철망으로 돼있고, 거기에는 6천볼트의 전기가 흐르고 있다. 만일에 있을 사자와 호랑이의 탈출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물론 교도소처럼 언제나 전기가 흐르는 게 아니고 몇초 간격으로 전기가 통해 깜짝 놀랄 만큼 충격만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 전기에 닿으면 몸이 달라붙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몸이 퉁겨나가도록 돼있었다. 6천볼트 전기 충격에 놀란 호걸은 이제 진퇴양난이 됐다. 뒤에는 전기, 앞에는 호구와 호식. 호걸의 위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