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둥지] 가난이 배움을 그만두게 할순 없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2일 14시 37분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 본 깡촌아이가 고교 교장으로까지 발돋움한 휴먼 다큐먼터리－`사랑의 둥지'(시대문학 간)가 나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저자는 서울 동신실업고교장 최중재씨(61). 최씨는 경기도 화성군 장안면 독정리에서 태어났다. 유년기는 지독한 가난과 아버지없는 설움으로 점철된다. "아버지 없는 세상에 대한 한(恨)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나의 청소년기는 알지못할 분노와 반항심으로 가득했다." 열두세살 무렵. 초등학교 운동회날. 또래의 애들은 음식보따리를 싸들고 운동장으로 갈때 중재는 산으로 갔다. 몸집이 작아 질질끌리는 지게를 지고. 나뭇짐을 지고 산비탈을 내려오다 힘에 부쳐 곤두박질을 했다. 그냥 퍽퍽 울고 말았다. `먹는다'는 건 절체절명의 명제였다. 가을이면 배추밭을 뒤져 미처 못 추스른 배추를 주워 먹었다. 논에서 이삭을 줍기도 하고. 이도 모자라면 바닷가에 나가 갯벌에 지천으로 널린 게를 잡아다 쪄먹었다. "보리겨 개떡과 보리겨 수제비를 해먹었다. 시래기 죽이나 수수풀죽으로 한끼를 때우는 게 다반사였다. 그때,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당시 중재의 소원은 지게를 버리고 학교에 가는 거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날품삯으로 서당에 11개월 다닌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학교에의 미련은 버리지 못한다. 중학교에 가기위해 무섭게 독학을 하고 머슴살이도 한다. 드디어 화성중학교에 입학한다. 신문배달로 고교과정도 마친다. 이때 세상에 눈뜬다. 신흥대(현 )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한학기를 보내고 이내 휴학한다. 등록금을 못냈기 때문. 그 여름방학 내내 건축공사장에서 막일을 한다. 질통에 자갈을 가득지고 8층을 오르내리느라 어깨와 등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벌겋게 피가 맺히곤 했다. 그 몇년후 국문과에 다시 들어 간다. 야간이었다. "경비원을 했지만, 도저히 학비를 댈수가 없었다. 가끔씩 피도 팔았다. 염색한 군복 한벌로 사철을 버텼다." 68년. 서른두살때 서울 사당동 산비탈에 조립식 천막학교를 짓는다. 가난한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배움터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 이 그듬해 240명의 학생을 뽑았다. 교복과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했다. "지지리도 가난한 학생들이라 개중에는 교복은 입고 교과서는 팔아 버리고,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느 겨울. 폭설로 천막이 내려 앉아 교사를 지키던 최중재 교장은 압사할 뻔하기도 했다. 86년. 동신실업학교에 문교부의 정식 인가가 떨어 졌다. "1인당 GNP가 1만달러라지만,아직도 점심을 거르는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게, 너무 가슴아프다. 배고픈 설움이라니！ 겪어 보지 않곤 누구도 모른다. 이번에 낸 책은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나마 주기 위해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