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트빔] 앵글이 그린 풍경

기사입력 1997년 04월 01일 14시 52분

가 98년을 `사진_영상의 해'로 내정하고 미술계에 어느때보다 사진 기획전이 활발한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난 국내사진작가 6명을 초대한 테마사진전이 마련돼 주목된다. 2일부터 22일까지 갤러리아트빔(727_5540)에서 열리는 `모노크롬_자연과 영혼'이 그것. 참여작가는 자연풍경속에서 고유한 상징성과 은유성을 탐구해온 사진작가 민병헌(42) 배병우(47) 주명덕(57) 문순우(51) 이정진(36) 김광수(40)씨. 출품작을 흑백의 평면사진으로 한정, 사진의 원초적 속성과 가능성을 재확인케 하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선택된 추상적 흑백 화면의 앙상블과 자연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자취를 보게 한다. 커미셔너 진동선씨(사진평론가)는 "국내에는 사진시장이 거의 없으나, 유럽과 미국의 유명미술제에서 유명작가의 사진작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작품가도 30만∼40만달러(2억7천만∼3억6천만원)에 이르는 등 확장일로에 있다"고 설명. 이번 전시 출품작들엔 사진의 복제가능성을 활용한 에디션 개념이 도입됐다. 한지를 인화지 삼아 수작업한 이정진씨의 작품 외에는 판화처럼 한정된 프린트가 가능하다. 회화 이상의 미적 아름다움을 보여줄 이 전시에서 `부재의 풍경'을 찍어온 김광수씨는 구름사진으로 뜬구름같은 사회 이미지를 포착했고, 평범한 소재에서 발견의 기쁨을 누려온 문순우씨는 바다 산 꽃밭 등에서 우리 땅의 생명력을 찾아냈다. `별거 아닌 풍경'을 화두로 삼아온 민병헌씨는 생명력 강한 화초들을 앵글에 담아 마치 소담한 한폭의 동양화 같은 작품으로 남다른 심미안을 펴보인다. 또 소나무에 대한 향토적 서정적 이미지를 추구해온 배병우씨는 밤바다를 소재로 흑과 백, 점과 선의 모노크롬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트스페이스(7일까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정진씨는 예외적으로 미국의 사막을 대상으로 삼아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한편 주명덕씨는 구월산 자락에서 자란 어린시절의 원형적 풍경을 담은 `잃어버린 풍경'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