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핫 이슈
기사입력 1997년 03월 31일 15시 01분
국내에도 `천국의 문（Heaven's Gate）'신드롬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벌어진 사교집단 `천국의 문' 신도 39명의 집단자살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운데 국내에서도 UFO와 혜성출현 등 초현상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이제 지구를 졸업하고 다음 세계로 가자"는 교주 애플 화이트를 좇아 어이없는 집단자살을 택한 `천국의 문' 신도들은 UFO（미확인 비행물체）에 심취했고, 헤일－밥 혜성의 출현을 지구종말의 예고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내에서도 신비주의와 컬트적인 세계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당장 반응이 나타나는 곳은 출판계. 교보문보장,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에서는 `환생의 라이라', `내부로부터의 방문자' `샘 야제 이야기' 등 외계인과 UFO를 다룬 책들의 판매가 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도 `천국의 문'사건은 단연 핫 이슈다. 하이텔의 UFO 연구모임이나 천문학 관련 사이트 등은 `천국의 문'사건 이후로 조회횟수와 가입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하이텔 `토론의 광장'의 경우 UFO를 주제로 한 토론에 200여명이 참가,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또 온라인상의 토론공간에는 말세론과 사교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이동성군（22）은 "역사적으로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지구상에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겼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마침 `천국의 문'사건이 터졌다"며 "바다건너 남의 일로 넘겨 버리기에는 왠지 개운치 않아 인터넷으로 UFO와 혜성에 관한 자료를 구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현실적인 내용으로 꾸며져 최근 TV를 통해 재방영되고 있는 `X－파일'의 인기도 `천국의 문' 신드롬과 맥을 같이 한다. 세기말 과학으로 풀리지 않는 4차원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다가올 21세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이 이같은 신드롬을 부채질하는 것. 그러나 신비주의와 초현실세계의 관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않다. KAIST 연구원 김제원씨（30）는 "과학적인 관심과 호기심 정도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지나친 심취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과거 `오대양사건'도 일어났는데 한국판 `천국의 문'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냐"고 `신비주의 신드롬'에 대해 걱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