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매] 우린 다정한 친구
기사입력 1997년 03월 30일 15시 34분
들쥐 등 설치류와 조류를 먹고 사는 매가 까치와 한우리에서 보름이 넘도록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화제.
충남 공주시 상왕동 이재신씨（58）가 임시로 만들어준 높이 1.5m, 넓이 1㎡ 정도의 작은 우리 속에서 15일째 함께 살고 있는 야생 매와 까치는 마치 사랑하는 사이처럼 서로 깃털을 부비거나 눈을 마주치며 정답게 지내고 있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몸통 길이 60㎝정도에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매는 덫에 걸린 듯 오른쪽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지난달 중순 이씨의 닭장으로 사냥을 나왔다가 오히려 닭장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매를 치료할 겸 우리 속에 넣어둔 이씨는 때때로 닭을 먹이로 주다 보름전쯤 인근 과수원에 쳐 놓은 새그물에 걸린 까치를 먹이용 닭 대신 넣어 주었다.
그러나 매는 까치를 먹기는 커녕 오히려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진기한 장면을 보러 오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씨는 "산 닭을 하루에 1마리나 먹어치울 정도로 식욕이 왕성한 매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까치와는 잘 지내고 있다"며 "당분간 매와 까치를 지켜보다 매의 다친 다리가 아물면 계속해서 잘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까치도 놓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