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내부의 적 (3)
기사입력 1997년 03월 13일 14시 37분
먼저 나선 것은 역시 칠성이었다. 포철과 천하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사파리 전체는 몰라도 사자 공화국의 맹주를 노렸던 칠성은 백골파 두목답게 천하의 무례한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칠성은 거만하게 누워있는 천하에게 송곳니를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앞발로 가슴을 누르는 순간 천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피하며 맞섰다. 천하는 과연 싸움꾼이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때나마 사자 공화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던 솜씨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천하는 뒷발로 버쩍 서서 앞발로 칠성을 찍어눌렀다. 순간적으로 밑에 깔린 칠성은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이미 천하의 송곳니가 목덜미에 박힌 뒤였다. 눈 깜빡할 사이 두목 칠성이 당하는 것을 본 칠복 등 백골파 조직원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천하를 덮쳤다. 뒤에서 공격을 받은 천하는 갈기털을 뒤흔들어 등에 붙은 칠복을 떼놓은 뒤 거꾸로 역습을 했다. 이와 동시에 한라와 백두 등 해골파 식구들도 천하를 도와 백골파를 공격했다. 한라는 천하의 공격을 받고 미처 일어서지 못한 칠성의 가슴을 다시 물어뜯었다. 패싸움은 언제나 기세 싸움에서 승부가 갈라지게 마련이다. 수적으로 3대4로 뒤진 해골파였지만 두목 천하가 상대 두목 칠성을 한방에 KO 시키자 다른 조직원들도 사기가 올라 백골파를 물리친 것이다. 한라와 백두는 그때까지 다른 조직원들에 비해 비교적 약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천하의 복귀에 힘을 얻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난 셈이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해골파에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천하가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직을 재건하고 첫번째 희생물로 백골파를 해치운 것은 사파리 권력구조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포철과 천하가 호랑이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는 등 모든 사자 조직이 와해된 뒤 공백상태가 됐던 사자 공화국은 이제 천하의 복귀와 함께 해골파 세상이 됐다. 물론 인철, 강철, 드래곤이 있는 신진파가 남았지만 포철이 없는 형편에서는 아무래도 해골파의 상대가 되기 힘들어 보였다. 천하는 이제 사자 공화국의 최고 실력자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