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홍명보 '난 축구밖에 몰라'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09분
◇…먼저 지난 9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폐막된 제16회 아시안클럽축구선수권대회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포항과 일화가 1,2위를 나눠가진 이번 쾌거는 한국축구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시킨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더욱이 `콸라룸푸르 낭보'는 최근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98프랑스 월드컵대표팀이 태국 홍콩과의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선전과 맞물려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포항의 우승뒤엔 `월드스타' 의 희생정신이 숨어 있었습니다. 지난 8일로 예정된 결혼식을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1주일 연기했던 홍명보는 부상이 채 완쾌되지 않았지만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의 희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는 15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나 올시즌 개막이 22일로 임박해 신혼여행을 포기한 것입니다. 대신 신부 조수미씨에게 올시즌 우승뒤 올겨울에 미국의 처가를 다녀오자며 입막음을 한 그의 약속이 지켜질지 궁금합니다. ◇…이번 대회 최대의 화제는 J리그（일본프로축구）로 이적한 가 코놀로 `환생'한 일입니다. 이 사건은 이란 피루지팀 감독의 판단착오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피루지 감독으로선 지난해 9월 대구에서 벌어진 아시안클럽 동부지역 4강전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지요. 당시 포항의 10번은 였는데 그의 출중한 기량을 알고 있는 피루지 감독이 집중마크 명령을 내렸답니다. 그런데 10번의 주인공은 가 떠난뒤 그 번호를 물려받은 코놀이었습니다. 문제는 코놀이 와 외모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피루지 감독이 깜박 속아넘어간 것이지요. 아무튼 코놀은 일화와의 결승전에서도 연장전 종료 3분을 남겨두고 결승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결과적으로 포항이 우승하는데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지난 9일 결승전이 벌어진 콸라룸푸르 샤알람구장의 최고 스타는 일화의 임송본 재정국장이었습니다. `0.1t'을 자랑하는 건장한 체격의 임국장은 일화와 포항이 후반까지 1－1로 팽팽히 맞서자 본부석 중앙에서 큰 소리로 "일화 일화 일화…"를 연호하며 관중석의 응원을 유도했던거죠. 그런데 목소리가 어찌나 크고 쩌렁쩌렁한지 샤얄람구장이 다 떠나갈 듯 하더군요. 임국장은 관중들에게 `337박수'를 유도, 경기장을 일화 분위기로 돌변시켜 포항 프런트의 기를 죽였습니다. 한편 일화가 분위기를 압도하자 관중석에 앉아있던 이란선수들이 포항을 연호하며 맞장구를 쳐 한바탕 흥겨운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98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예선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대표선수들이 김포공항에서 회장의 발을 묶어놨다지요. 정회장은 선수들의 귀국시간에 맞춰 입국장에 마중 나왔으나 1시간여가 지나도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짐을 찾는 시간이 예상외로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회장의 수행원들은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연기하느라 연신 핸드폰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회장은 "월드컵 본선에만 진출한다면 몇시간이라도 기다리겠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더군요. ◇…시즌개막을 앞둔 프로구단들로 눈을 돌려볼까요. 지난주 전북 다이노스가 전북 현대 다이노스로 구단이름을 바꿨습니다. 팀명 변경은 그동안 사실상 현대에서 운영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만 현대의 입장을 대변하던 것을 아예 양성화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전북팬들은 "이제는 구단에 대한 관심도 달라져야 한다"고 따끔한 말을 잊지 않더군요. 그동안 전북은 예산 등에서 프로구단중 바닥 수준으로 계속 허리띠만 졸라맸던게 사실이었습니다. ◇…대우 이차만 감독이 `비（雨） 공포증'에 걸렸답니다. 이감독은 지난 1월 호주 전지훈련때 비 때문에 훈련에 차질을 빚어 마음이 상했는데 중국 전지훈련때도 등소평 사망과 함께 비를 만나 선수들을 호텔방에 잡아둬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10일 마무리 훈련을 위해 과천으로 베이스 캠프를 옮기자 또 서울 경기지방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밤잠을 설쳤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10일 비가 내려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게되자 이감독은 "다 우리편인데 날씨가 문제"라며 하늘을 원망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