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노바] 아마추어 천문동호회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00분
부분 일식이 일어났던 지난 휴일 새벽, 양평군 지평리의 한 야산. 추위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숨소리도 죽인 채 천체 망원경을 골똘히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추어 천문클럽 `엑스노바(X－NOVA．회장 조현배)'. 20세기 최후, 최대의 우주쇼라는 헤일－밥 혜성의 등장으로 가장 바빠진 사람들이다. 94년에 결성된 엑스노바는 국내 아마추어 천문동호회 중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엑스노바 회원들의 `별난 별사랑'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라도 별을 안보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이들 중에는 자동차를 몰고 가는 도중에도 별 관측에 열중해 대형 사고를 일으킬 뻔 한 `정신 나간(?)' 사람도 있다. 모두 미혼인 5명의 여성 회원들은 결혼 예물로 천체 망원경을 원할 정도. 서양화가인 조현배씨 등 몇몇 회원들은 `별보기'의 첫째 조건인 빛 공해가 없는 횡성에 천문 연구소를 만들어 올 여름 아예 주거지를 옮길 작정이다. 이들에게 4천 200년만에 지구를 재방문한 헤일－밥의 등장은 최대의 이슈. 회원들은 이날 오전 4시쯤 나타난 혜성을 맞기 위해서 자정 무렵부터 망원경과 카메라를 세팅하는 등 야산에서 밤새도록 작업했다.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언젠가 회원 중에서 새별이나 혜성의 발견자가 나오는 것. 처음 발견된 별은 관측자의 이름을 따서 별이름을 붙이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천체관측 경력 25년의 조현배 회장은 "해마다 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자꾸 줄어 들고 있다"며 "수질 보호구역처럼 별빛 보호지역이라도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지극한 별사랑을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