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첫사랑'때문에 동정받는 송채환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4시 59분
탤런트들은 가끔 극중에 나오는 인물로 보아 주는 시청자들 덕분에 곧잘 해프닝을 겪곤 한다. 2TV 주말연속극 `첫사랑'에서 순진무구, 덜떨어진 `찬옥'역을 맡아 인기를 굳히고 시청자들로부터 동정어린 물량 공세를 받는 송채환도 같은 맥락. 시장에 가면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생선을 듬뿍 싸주고 백화점에 가면 `화장하고 예쁘게 다니라'며 화장품 샘플을 한아름 가슴에 안겨 주곤 한다. 이제는 극중 기타리스트겸 작곡가 손현주(주정남 역)와 결혼. 아이까지 낳아 안정된 송채환. 인기의 폭 만큼이나 연기의 폭도 넓혀 나간다. TV 시트콤. `OK목장'에서 맏딸 `고지영'역에 캐스팅 되어 극중 배경인 목장을 향해 첫 녹화를 떠나는 중. 비행기 안은 `OK 목장'의 스태프들로 가득. 화제 또한 만발이다. "난 영락없네. 할머니역이니 틀림없이 토박이 사투리를 써야겠지?" 할머니 역인 가 말문을 트자 여기 저기서 받아 친다. "어머님이 그렇다면 저도 사투린데요?" (아버지 역)이 너스레를 떨자 아내 역인 김을동 편승. "난 외지에서 시집 온 사람으로 안될까? 그럼 사투리 안 써도 되는데." 저마다 사투리 때문에 적잖이 걱정이 드는 모양. 어쨌든 그칠 것 같지 않던 화제가 마무리 지어지고 방향을 옮겨 튼다. "난 지금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말 한번 못타 봤는데 어떡하지?", "뭐, 걱정이야? 말보고 자기를 타라면 되지", "히히, 깔깔, 호호"웃음을 내던지고 있는 사이 스튜어디스 한 사람이 누가 들을새라 송채환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다가 선다. "송채환씨, 이거 빵이에요. 감췄다가 혼자 잡수세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 빵 조각을 내려다 보는 순간 또 한차례의 빵 공세가 남자 승무원인 스튜어드로 이어진다. "송채환씨, 하나 더 잡수세요！ 아, 누가 봐요！ 얼른 감춰요！" 명령조의 무게가 실린 낮은 목소리지만 꽤나 정스러움도 깔려있다. 극중의 캐릭터가 이렇게 길게 갈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한 송채환. 고마움과 푸념을 함께 뒤섞어 낸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젠 주정남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먹고 살만한데요, 뭐. 그리고 저 이 비행기 안에는 저보다 불쌍한 사람이 없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