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어른들에게 변명하는 법은
기사입력 1997년 03월 10일 14시 22분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담당하셨던 P선생님은 우리에게 참으로 인기 만점이었다.
음악시간이면 한시간의 절반을 할애해 교과서에 절대없는 당시 유행하던 저속한(다른 사람들의 표현) 대중가요를 가르쳐 주셨거든.
`이왕 부르는 대중가요 제대로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가 그 선생님의 지론이었다.
또 극장출입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여학생과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다가 걸렸을 때는 차라리 적당히 거짓말을 해서 선생님을 안심시키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이 말이면 단속반 선생님도 속으시거나 그래도 용서를 해주실 변명의 말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는 너무 순진한 방법들이었다.
P선생님은 때로 부정직도 큰 화를 면케 해주는 덕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 분의 가르침을 받은 내가 지금부터 `어른에게 변명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이렇게 나올 때 속지 않으시면 되겠지.
아해가 야한 비디오를 보다가 부모에게 들켰을 때.
1.어머니！ 제목을 보니 젖소부인이 어쩌구해서요. 소를 의인화한 코믹물인 줄 알았어요.
2.제가 뭐 책임을 떠넘기는 건 아닌데요. 이 거 친구 녀석이 저한테 맡긴 거예요.
3.아니, 뭐 이 따위 저질 비디오가 다 있어！ 이 거 가게 갖구 가서 나한테 권한 비디오집 아저씨한테 따질 거예요.
4.이 거 성인물인줄 알아요. 제가 보려는 것이 아니구요. 아버지 어머니 보시라고 빌려온 건데 잠시 화질 테스트를 했죠.
5.제가 생물학과를 갈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럴려면 공부가 필요하죠. 특히 동물의 생식기관에 대해선 충분히 알아야 한다구요.
6.어머니도 사춘기 때 이불 뒤집어 쓰시고 진한 연애 소설을 읽으셨다면서요? 선수끼리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이해해 주세요.
7.학교에서 성교육을 위해 내 준 비디오예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색하게 말씀하시는 것보다 차라리 이 게 낫잖아요?
8.할아버지가 쉰이 넘으신 아버지 보고 이애 저애 하시니까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저도 더이상 애소리 듣는 게 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