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결산] LG정유 노장듀엣 장윤희-홍지연
기사입력 1997년 03월 08일 15시 42분
`묵은 장맛'은 집안이 쪼들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 진수성찬이 앞에 놓이면 장맛을 제대로 느낄수 없다. LG정유가 슈퍼리그 7년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묵은 장맛'같은 두 노장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자배구 최고참 동갑내기（27세）인 장윤희와 홍지연. 이들은 지난 91슈퍼리그부터 이어진 LG정유의 우승행진을 주도한 `제2의 창단공신'들이다. 두선수가 지난 89년 나란히 호남정유（LG정유의 옛이름）에 입단할 당시만해도 소속팀은 여자배구의 명문 현대 대농의 명성에 가려있었다. 승부사 김철용 감독의 채찍질에 악바리로 변신한 이들의 활약으로 LG정유는 92연승을 달리며 일약 정상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런 LG가 97시즌 벽두부터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라이벌 에 개막전서 0대3으로 충격의 완패를 하면서 "최강 LG도 이제 한물갔다"는 소리가 주위에서 터져나왔다. 명세터 이도희의 은퇴로 인한 조직력의 약화, 장윤희 홍지연 등 주전들의 노쇠화가 주된 이유라는 것이었다. 두 선수는 이를 악물었다. "우리가 늙었다구. 어디 한번 두고봅시다." 레프트 공격수 장윤희는 틈만 날때마다 110㎏짜리 바벨을 들어올렸다. 무릎 허리부상 등 몸이 성한데가 없는 센터 홍지연은 매일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코트를 들락거렸다. 슈퍼리그 사상 처음으로 1∼4차전이 모두 5세트 접전으로 펼쳐진 선경과의 97슈퍼리그 최종결승. 피말리는 체력전은 `늙었다던' 노장들의 독무대였다. 장윤희는 5전3선승제의 결승전 기록에서 공격종합 1위, 백어택 1위, 서브리시브 2위 등 공－수의 핵이었고 홍지연은 팀내 1위의 철벽블로커의 면모를 보였다. 오는 19일 스포츠조선 주최 제3회 체육대상 우수단체상（상금 200만원）을 받게되는 LG정유.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장윤희 홍지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