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롯데 전훈숙소 '개미와 베짱이'
기사입력 1997년 03월 08일 15시 38분
전지훈련 필수품은 라면. 서양식 입맛에 익숙한 선수라도 한달을 넘기면 아무래도 얼큰한 맛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호주캠프 종료 3일을 남겨두고 비상식량인 라면은 동이 났다. 자장라면도 이미 바닥 상태. 지난 7일 시계 바늘이 밤 12시를 가리킬 무렵. 상조회장 이종운의 방에 `굶주린 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와 촬영기사 공일성씨, 그리고 최재원 기록원. 명색이 상조회장 `완장'을 달았지만 라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저마다 우물쭈물 핑계를 대며 이방저방 얻으러 다니지 않으려 했다. 겨우 2개를 구했으나 아무리 손님대접이라도 라면 끓이는 일은 후배의 몫. 일곱살이나 아래지만 우익수 경쟁자인 룸메이트 김대익을 한참 동안 찾았으나 감감 무소식.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옆방의 포수 정호진이 숨겨놓은 오징어까지 상납하며 라면을 끓였다. 잠시후 자정을 넘긴 뒤 김대익이 씩씩거리며 방에 들어왔다. "니, 너무 열심히 하면 종운이 형 먹고 살 밑천이 없데이."（） "…." "훈련하다 왔냐?"（이종운） "（모기 목소리로）예…." "…. 알았다. 씻고 자라." 숙소옆 테니스코트 어두운 불빛 속에서 방망이를 연신 돌려댔던 김대익. 다음날 배팅볼 훈련서 연신 외야 깊숙한 타구를 날려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포지션이 같은 우익수인 이들가운데 누가 개미가 되고 베짱이가 될지 궁금하기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