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두뇌전쟁 (1)
기사입력 1997년 03월 07일 14시 29분
제 8공화국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 정계는 다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시도되고 있었다. 정부와 집권여당을 견제하려는 모임이 잇따르고 `내각제'아니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내각제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어갔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보들은 깊은 상처를 안은채 은둔생활에 들어갔고,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할 기회'라며 정계를 독려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기에는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신한국당의 소위 9룡(龍)들의 투쟁, 자민련 새정치국민회의의 소위 DJP 연합론, 그리고 노동법 안기부법 새벽 날치기통과, 이어진 노동자파업사태…. 어수선한 정국속에 이뤄진 대통령의 97연두기자회견, 기자회견에 따른 국민들의 비난, 그리고 국민들을 경악 속으로 휘몰아넣었던 `한보철강 부도사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방송, 신한국당의 후보경선 완전자유화 급선회, 국민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잊혀진 의 민주당. 하지만 각정당의 `대권행보'를 위한 본격적인 두뇌싸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1996년7월.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준비하는 초순 어느날. 한 대의 검은색 뉴그랜저가 서울 강남 양재동의 한 저택을 벗어나 강북 마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뒷좌석에는 50대 초반의 한 남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표정은 없지만 머리는 정계의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다. `야권이 분열하면 내년 총선에서 자멸한다. 사람들은 물과 기름으로 비유하지만 불이 붙으면 물도 기름도 함께 불꽃으로 변한다.' 한때 YS정부에 의해 옥고까지 치러야 했던 자민련 부총재 (朴哲彦)이다. 그는 지금 마포 서교동의 서교호텔을 찾아가고 있다. 호텔에서 ` 대통령당선'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 갔다가 돌아와 아태재단을 기반으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총재와 만날 것이다. 정계와 언론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세차례나 접촉장소를 변경하여 이날 서교호텔의 중국식당내 은밀한 밀실로 결정했다. 부총재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민정당시절. 3당 합당을 위해 먼저 평민당의 총재를 접촉한 일이 있었고, 이 접촉으로 두 정치인은 다소의 신뢰를 쌓고 있었다. 의 수감생활 중에도 김총재는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어 출감 후 동교동 자택으로 인사차 방문까지 했었다. 그는 김총재와 만나 나눌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