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본능과 본능 (3)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4시 18분
포철은 암사자 뒤에서 한창 몸을 흔들다가 조심스레 걸어오는 호걸과 눈이 마주쳤다.
호걸은 순간 찔끔했다.
그러나 포철은 눈길만 한번 줬을 뿐 또다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네까짓게 뭘 어쩌겠느냐'는 생각에 방심한 게 분명했다.
사실 아무리 포철이 여색에 빠져 살았다고 하더라도 호걸 혼자서 덤빈다면 승패는 뻔했다.
포철 곁에는 사자의 관습대로 인철과 강철, 드래곤 등 조직원들이 경호원처럼 있었기 때문이다.
호걸은 포철이 자신의 습격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조직'을 점검했다.
언제봐도 믿음직한 호구, 호식, 호돌 등 세 동생과 관악, 명호, 호동 등이 복수에 불타는 눈빛으로 뒤를 따르고 있었다.
포철도 호걸 뒤에 호랑이들이 여럿 따르는 것을 봤지만 호랑이 생태를 아는지라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힘없는 놈들이 패거리 지어 눈치나 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으로 여겼다.
호걸은 조심스레 포철에게로 다가갔다.
바위 위에 우뚝 선 호걸은 약 5m 밑에서 정사에 한창인 포철을 내려다 봤다.
뒤에 있던 호랑이들을 확인한 호걸로서는 더이상 주저할 게 없었다.
호걸은 날 듯이 튀어 올랐다.
5m쯤은 점프 한번으로 충분한 공격 유효거리였다.
포철은 그때 정사를 마악 끝낸 참이었다.
호걸이 덮치는 순간 포철은 타고난 투사답게 재빠르게 피한 뒤 공격 자세를 갖추었다.
호걸과 포철은 두 발로 서서 좌우펀치를 날리며 뒤엉켰다.
두목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놀란 신진파 졸개들이 달려들었다.
신진파 2인자이자 포철의 경호대장 인철이 호걸의 등을 무는 찰나 호걸의 동생 등 다른 호랑이들이 호걸을 포위하고 있던 사자들을 공격했다.
1대4의 싸움이 거꾸로 7대4가 됐다.
호랑이들의 공격력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호랑이의 집단공격에 당황한 사자들은 특유의 스피드로 치고빠지는 전법에 어쩔 줄 몰라 허둥댔다.
호랑이들은 수적 우세에 자만하지 않고, 이번에 지면 끝장이라는 투지로 사자들을 몰아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