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최고의 세븐맨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4분
키 1m78의 `숏다리' 공격수 이 호（24．현대자동차써비스）. 그가 경기 중 국내배구 최장신의 `롱다리' 제희경（2m7）과 맞교대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관중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오기 일쑤다.
성인남자로는 장신인 그도 제희경 옆에 서면 모양새 안좋은 `꺼꾸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 호는 97한국배구 슈퍼리그 최고의 `세븐맨'이다. 세븐맨은 주전인 베스트6에 끼지 못하지만 팀이 위기일 때 마다 코트에 긴급 투입돼 불을 끄는 소방수.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공격수가 수비부담이 큰 후위로 왔을 때 교체됐다가 전위로 돌아서면 벤치로 나간다. 코트에 머무르는 시간이 2∼3분도 채 안돼 대부분의 배구팬들은 그의 출전조차도 알 수 없을 경우가 많다. 현대차써비스가 이번 대회 1,2차대회 우승은 물론 2일 와의 최종결승 3차전에서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수비솜씨가 한몫을 했다. 시속 150㎞를 웃도는 삼성 의 강타를 걷어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가 하면 팀의 약점인 서브리시브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인 것. 또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파이터 역할을 충실히 해내 `파이팅 리'로 통하기도 한다. 익산 남성고 시절 간판 공격수 역할을 했던 그는 지난 92년 입학 후 전문수비수로 전업을 결심했다. 물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작은 키 때문이었다. 그는 최근 국제배구연맹（）이 전문수비수제인 리베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수비도사'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익산에서 `삼례보신원'을 운영하고 있어 갖가지 보양제를 상용, 배구코트 최고의 스태미나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