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본능과 본능 (2)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24분
호랑이들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암컷을 차지해야 하는 본능 때문에 혼자 살아가는 본능이 변한 셈이다. 동물에게서 가장 변치 않는 것은 성욕이다. 흰쥐를 모든 것을 단절한 상태에 일정기간 가둬놓았다가 풀어줬더니 먹이보다 암컷에게 먼저 달려갔다는 생물학적 실험 보고도 있다. 호랑이가 아무리 본능적으로 개인플레이를 하도록 태어났다고 해도 사파리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자에게 압도적으로 밀려 모든 암컷을 빼앗기게 되자 조금씩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구심점은 호걸이었다. 호랑이들이 암호랑이를 되찾기 위해 본능마저 버리고 있었지만 사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암놈 쟁탈전에 한창이었다. 호랑이와 사자의 통합챔피언이 된 사파리의 최고 실력자 포철은 전체 암사자 3마리가운데 1마리를 조직원에게 내주고 자신은 2마리를 데리고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해골파 두목 천하가 조금은 위협적이었지만 1대1 대결은 물론, 조직끼리의 패싸움도 자신이 있던 터여서 정권 유지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었다. 초여름의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날, 포철은 때마침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 2마리를 곁에 두고 왕만이 누릴 수 있는 쾌락 즐기기에 한창이었다. 벌써 석달 가까이 맛보는 꿈같은 나날이었다. 호랑이와의 합사 초반 호랑이 챔피언 호걸을 한방에 날려보낸 뒤 아무도 덤비는 적수가 없어 스파링 한번 하지 않은 채 체력 소모만 하고 산 셈이다. 포철은 뒷다리 근육이 풀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른 호랑이들이 자신을 추종하는 것을 확인한 호걸은 사자를 습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복수의 날은 금방 찾아왔다. 아침부터 암사자 2마리를 상대로 질펀하게 정사를 즐긴 포철은 지친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10초 섹스지만 벌써 20번 넘게 사정을 했으니 하체가 풀릴 만했다. 호걸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살금살금 걸었다. 호걸의 눈에서 오랜만에 빛이 번뜩였다.
